“기존 ‘1세대 은행’을 또 만드는 게 아닙니다. 저희는 ‘2세대 은행’을 만들 겁니다.”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에서 시작해 제1 금융권인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하는 이승건(37)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회사’ ‘핀테크 업체 가운데 최초’라는 표현을 반복했다. 그는 “자신이 없었으면 시작도 안 했을 것”이라며 “자본 유치 등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2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토스뱅크’의 비전을 ‘챌린저 뱅크’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챌린저 뱅크는 소매금융과 중소기업 금융 등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특화 인터넷은행’이다. 기존 금융권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했던 금융 소외계층을 주요 고객으로 한다. 영국의 몬조, 브라질의 누뱅크 등이 대표적 챌린저 뱅크다. 이 대표는 “토스가 갖고 있는 개인 금융데이터를 활용해 중금리 대출 등 폭넓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챌린저 뱅크는 모두 핀테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서 출발해 인터넷은행으로 진화했다. 이 대표는 “외국에서는 핀테크 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 뒤 (은행업) 자격을 취득해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여기까지 온 건 토스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토스의 인터넷은행 도전은 우여곡절이 많다. 신한금융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주목을 받다가 예비인가 신청 1주일을 앞두고 결별하며 주주 구성에 애를 먹기도 했다. 현재 토스는 ‘배달의 민족’ ‘직방’ 등 다수의 스타트업에 투자한 외국계 벤처캐피털 알토스벤처스와 굿워터캐피탈, 리빗캐피털로부터 19.3%의 투자 지분을 유치한 상태다. 국내에서는 한화투자증권, 한국전자인증 등이 참여했다. 토스 지분율은 60.8%다. 이 대표는 “해외 벤처캐피털은 ‘토스’의 주요 주주들이기도 하다”며 “인터넷은행에 1조원 이상의 자본이 드는 걸 알면서도 (벤처캐피털 등이) 주주로 참여한 건 향후에도 증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토스뱅크는 기존 1100만명이 넘는 토스 서비스 가입자를 바탕으로 기존 금융회사들이 내놓지 못했던 상품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개인의 금융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며 “중금리 대출 확대와 더불어 개인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