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수 목사의 생명사역 목회] 사역 열매 맺으려면 ‘용기·지혜·은혜’ 3박자 갖춰야

입력 2019-04-01 00:04
권성수 대구동신교회 목사가 지난해 4월 대구 수성구 교회에서 개최된 ‘제4회 생명사역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구동신교회 제공

생명사역은 목회 성공을 위한 기술(technique)이 아니다. 단순히 사람을 끌어모으기 위한 교회 성장 방법론도 아니다. 성도들을 교회의 일꾼으로 양성하기 위한 목회술(術)도 아니다. 물론 생명사역은 이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지만, 그것들 자체는 아니다. 그렇다면 생명사역은 무엇인가.

생명사역은 예수께서 행하신 목회를 그대로 따라가는 사역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목회 철학과 방법론을 상황화(contextualization)해 현대적으로 적용하는 사역이다. 상황화는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신학을 현실과 문화를 고려해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생명사역은 예수 그리스도와 접속돼 예수 생명을 누리고 만끽하는 것이 먼저 이뤄질 때 풍성한 열매를 맺는 사역이다. 따라서 생명사역을 하기 위해서는 요한복음 15장 포도나무와 가지의 비유처럼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와 접붙임 돼 예수 생명의 수액을 공급받는 게 선행돼야 한다. 우리가 예수 생명의 수액을 충분히 공급받으며 그 생명력을 만끽하면 자연스럽게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게 된다. 그 생명이 때가 돼 분출하면 열매를 많이 맺게 되고, 이를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인 것이 확실히 드러나게 된다.(요 15:7~8)

생명사역을 추진하면서 열매를 맺으려 할 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을 세 가지로 요약하면 용기 지혜 은혜, 즉 기지은(氣智恩)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완벽한 용기와 지혜와 은혜를 갖고 생명사역을 감당하셨다.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면서 생명사역을 할 때 우리에게는 용기와 지혜와 은혜, 세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용기만 있고 지혜가 없으면 멧돼지처럼 저돌적으로 직진만 하기 때문에 지도자도 다치고 추종자들도 다치게 된다. 지혜만 있고 용기가 없다면 항상 살피기만 하다가 아예 전진하지 못한다.

용기와 지혜는 있는데 은혜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다 갖춘 것 같아도 하나님께서 늘 함께하셔서 잘 되게 해 주시는 은혜가 없다면, 스스로 쌓은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용기와 지혜를 겸비해 다 잘하는 것 같아도 하나님의 은혜가 없으면 일이 자꾸 꼬이기 때문에 고전하게 된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에 필라델피아 근교 어느 기도원에 가서 기도를 드렸다. “이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교수로 사역을 시작해야 하는데, 학교의 여러 현안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요.” 이렇게 기도하던 중에 하나님께서는 여호수아 1장 9절 말씀을 새롭게 깨닫게 해 주셨다. “내가 네게 명령한 것이 아니냐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하시니라.”(수 1:9)

그 기도원이 야산을 끼고 있어서 야산 잔디 위에 차를 주차해 두고 기도를 했다. 그날 보슬비가 내려서 잔디에 앉아 기도하지 못하고 우산을 든 채 잔디밭을 빙빙 돌면서 “강하고 담대하라”고 외치는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께서 깨닫게 해 주신 말씀을 암송하며 마음 판에 새기는 기도를 올려드린 것이다.

“하나님이여, 저는 지금 공부를 마치고 문제가 많은 모교에 들어가서 일을 해야 합니다. 제가 어떻게 할지 잘 모르지만, 제게 강하고 담대한 믿음을 허락해 주시옵소서.”

권성수 목사

한참 기도하다가 자동차 안에 들어가 묵상으로 기도하고 있는데 기도원 측에서 승용차 한 대가 나오더니 나를 향해 다가왔다. 내가 창문을 내리자 그 사람이 내게 물었다. “아 유 오케이?” 나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 사람은 여전히 미심쩍은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마 우산을 들고 빙빙 돌면서 뭔지 모를 큰소리를 질러대는 동양 사람이 이상하게 보였던 것 같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내가 귀국하기 전에 가장 필요한 것이 용기였다는 것을 아시고 용기를 불어넣으시기 위해서 “강하고 담대하라”는 기도를 하게 하신 것이다.

그 후 나는 교수로 일할 때는 물론이고 목회자로 생명사역을 전개할 때에도 그때 드렸던 기도를 잊지 않았다. 그때의 기도를 회상하며 하나님의 일을 할 때는 하나님을 의지하고 강하고 담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매번 하면서 용기를 다잡게 된다.

우리에게는 용기와 함께 지혜도 필요하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거늘 미련한 자는 지혜와 훈계를 멸시하느니라.”(잠 1:7) 지혜는 여호와 하나님을 경외해 그 말씀에 에누리 없이 순종함으로 얻을 수 있다. 모든 것을 아시며 완벽하게 지혜로우신 유일하신 분이 바로 하나님이시다. 그 하나님을 경외해 그분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은 모든 지혜의 원천이고 근본이며 최고의 방법이다.

용기와 지혜를 갖고 하는 모든 일을 결국 되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는 겸손으로부터 온다. “주 앞에서 낮추라 그리하면 주께서 너희를 높이시리라.”(약 4:10) 죄를 멀리하고 겸손하게 스스로를 낮추고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할 때 하나님께서 놀라운 은혜를 베풀어 주신다.

우리는 모두 가정과 교회와 직장과 사회에서 용기 지혜 은혜, 즉 기지은(氣智恩)을 가진 생명사역자가 돼야 한다. 우리가 기지은을 갖고 생명사역을 잘 감당할 때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낼 뿐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와 능력을 체험하면서 풍성한 기쁨을 누리게 된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