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조사단)이 건설업자 윤중천씨 부부와 윤씨 내연녀 권모씨의 간통·성폭행 등 쌍방 고소 사건에서 무고 정황을 파악해 수사 권고 의견을 낸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이 고소 사건을 통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의혹이 드러난 것이어서 진상규명을 위해 당시 무고 여부를 명확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 차관 사건이 촉발된 배경 및 경찰 초동 수사 등을 포함한 전면 재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사단은 지난 25일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에 250페이지 분량의 조사 보고서를 제출했고 이 중 200페이지가량을 할애해 무고 수사 권고 의견을 제시했다. 나머지 50페이지는 김 전 차관 뇌물수수 혐의, ‘박근혜 청와대’ 민정라인의 외압 의혹에 대한 조사 기록이었다. 다만 이날 과거사위는 무고 의혹에 대한 수사 권고를 뒤로 미루기로 했다. 과거사위 관계자는 “김 전 차관 사건 관련 수사 첫 권고인데 무고 사건을 포함시키는 것은 어색하다고 봤다”며 “추가 수사 권고를 통해 수사가 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학의 사건’은 윤씨 부인 김모씨의 간통죄 고소로 시작된다. 그런데 조사단은 김씨가 2012년 10월 윤씨와 권씨를 간통죄로 고소한 배경에 윤씨 부부의 공모가 있었다고 파악했다. 윤씨는 자신의 간통 증거를 부인 김씨에게 넘긴 뒤 이를 토대로 ‘셀프 고소’를 했다고 한다. 윤씨 부부는 권씨를 압박한 뒤 간통 고소를 취하할 생각이었다. 권씨가 떼인 돈 20억원가량을 윤씨에게 돌려 달라던 것이 원인이었다.
‘간통범’으로 몰린 권씨는 한 달 뒤 지인 최모씨와 함께 윤씨를 성폭행, 공갈 등 혐의로 맞고소했다. 다만 권씨는 윤씨와 동거한 정황이 포착돼 성폭행 주장을 이어가기 어려워지자 최씨에게 ‘윤씨를 엮을 것이 없느냐’는 취지로 도움을 구했다. 최씨는 “돈을 받고 김학의와 성관계를 했는데 그것도 도움이 되느냐”고 언급했다고 한다. 최씨는 이후 경찰에서 김 전 차관 등에게 합동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일련의 고소 사건을 수사한 곳은 서울 서초경찰서다. 경찰은 이 진술 등을 바탕으로 2013년 3월 18일 김 전 차관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이틀 뒤 ‘별장 성접대 동영상’도 확보했다.
조사단은 관련자 진술을 면밀하게 살핀 결과 윤씨 부부와 권씨에게 무고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씨는 남편 윤씨의 간통 사실을 방치했거나 조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씨가 윤씨를 상대로 제기한 혐의도 대부분 무혐의가 났다.
무고죄는 공소시효가 10년이다. 조사단 관계자는 “무고 여부를 가리려면 2건의 고소와 그 이후 진행된 검·경 수사 내용을 다 들여다볼 수밖에 없지 않냐”며 “무고 수사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전면 재수사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다만 “무고 수사 권고는 여성 피해자들의 성폭행, 특수강간 혐의를 배제하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문동성 구자창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