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28일 국내 카드사들의 영업 실적을 ‘두 가지 버전’으로 발표했다.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을 적용한 실적과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계산한 실적을 각각 공개했다. 감독규정을 적용할 경우 국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비씨·하나·우리·롯데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은 1년 전보다 12.3% 증가한 1조4000억원에 이른다. 반면 IFRS 기준을 따르면 이들 카드사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21.5% 감소한 1조7400억원이 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카드사 실적을 두 종류로 발표한 건 처음”이라고 했다.
지난해 전업카드사의 순이익은 늘어난 것일까 줄어든 걸까. 왜 금감원은 두 가지 숫자를 내놓았을까. 두 가지 버전을 발표한 것은 카드사들의 이익 증감을 둘러싼 불필요한 공방을 피하기 위해서다. 정부의 카드 수수료율 인하 정책으로 카드업계는 순이익이 줄었다며 볼멘소리를 해왔다. 그런데 지난해 9월 금감원이 “올해 상반기 카드사들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고 발표하자 카드업계는 펄쩍 뛰었다. 카드 수수료율이 낮아졌음에도 카드사 실적이 전년보다 크게 늘어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급기야 카드사들은 “IFRS 기준에 따르면 상반기 순이익은 30% 넘게 감소했다”며 반박자료를 배포했었다. 이런 전력 때문에 올해도 카드사 순이익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질까봐 두 가지 자료를 함께 공개한 것이다.
금감원과 카드업계의 실적 집계가 차이를 보이는 것은 서로 다른 순이익 계산 방식 때문이다. 금감원은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을, 카드사들은 IFRS 기준을 따른다. 금융 당국이 2017년 6월부터 카드사에 충당금을 더 많이 쌓으라고 요구하면서 감독규정의 충당금 적립 기준은 IFRS 기준보다 강화됐다. 현재 카드사들은 카드론을 여러 건 받은 차주에 대해 30%의 추가충당금을 쌓고 있다. 카드사들이 충당금을 더 쌓으면서 금감원과 카드사의 순이익 집계는 수천억원이나 벌어지게 됐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으로 카드사들의 연체율은 1.48%로 나타났다. 전년 말 대비 0.11% 포인트 상승했다. 금감원은 “대내외 경제여건 변화에 대비해 연체율 추이 등을 면밀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