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같은 법원 법관들에게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 연루된 법관 비위 자료를 검찰이 대법원에 넘긴 것은 위법하며 이를 통해 법관 징계를 내리는 것은 무효’라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비위 자료에는 그의 이름이 포함돼 있어 ‘셀프 구명’에 나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27일 ‘검찰 통고행위의 위법성 등에 관한 법리적 검토’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서울고법 판사들에게 보냈다. 그는 이 글에서 검찰이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현직 법관의 비위자료를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법원에 통보한 것은 법적 근거가 없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이 법관 징계 관련 조사를 하거나 최종적으로 징계를 내리는 것도 무효라고 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김 부장판사는 2015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파기환송심 재판장을 맡아 무죄 판결문 초안을 작성해두고 무죄 선고를 시도한 인물이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윗선’의 지시를 받고 이런 일을 벌였다고 의심한다. 그는 ‘비위 법관’으로 대법원에 통보됐다.
법조계에서는 비판이 거세다. 한 부장판사는 28일 “당사자가 이런 식으로 입장을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며 “대법원에 주장하면 될 일 아니냐”라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법원 징계 절차가 공식적으로 개시되면 소명할 기회가 따로 주어질 것”이라며 “양 전 대법원장 등을 대신해 사법농단 재판 2심을 맡게 될 고법 법관들을 상대로 일종의 ‘관권변호’를 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안대용 기자 dan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