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에서 철거한 철조망을 가지고 만든 작품으로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에 참가하는 설치미술가 이불(55·사진)이 미술 장터 홍콩 아트바젤에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가 ‘인카운터 섹션’에 출품한 ‘취약해질 용의(willing to be vulnerable)’가 관람객들의 인증샷 명소가 됐다. 이불 작가를 27일 현장에서 만났다.
작품은 가로 12m 거대한 은빛 비행선이 공중에 붕 떠 있고, 바닥엔 벌집 모양의 거울이 깔려 비행선을 반영처럼 담아낸다. 홍콩의 한 신진 작가는 이 작품을 배경으로 홍보 영상을 찍으며 “명징하면서도 놀라움을 준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홍콩 아트바젤 참석은 처음”이라는 이불 작가는 “초창기 ‘힌덴부르크 비행선’이 실패한 이후에도 끊임없이 재도전하며 비행선을 진화시켜온 인류에 대한 헌사 같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카운터 섹션 주제 ‘우리 여전히 일어서리(Still, we rise)’가 제 작품에서 출발한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기뻤다”고 했다. 신작은 아니다. 2016년 호주 시드니비엔날레에서 공개한 이후 몇 차례 선보였다. 단일 화랑이 아니라 한국의 PKM, 프랑스의 타데우스 로팍, 미국의 리만머핀 등 3개 갤러리의 공동 후원으로 제작됐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인카운터 섹션은 부스와 부스 사이 복도를 동시대 작가들의 설치미술 작품으로 채우는 코너다. 단순히 미술 장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 미술의 경향성을 보여준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홍콩=글·사진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