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눈이 내리는 횟수와 양이 크게 줄면서 업종 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겨울 폭설과 빙판길에 따른 접촉사고로 호황을 누리던 자동차 정비업체 등은 매서운 찬바람을 맞고 있는 반면 내방객들이 늘어난 골프장에는 훈풍이 불고 있다.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62일 동안 눈이 내린 날은 최근 30년(1989~2018년) 평균에 비해 9.3일이나 적었다. 비교적 따뜻한 기온에 내리는 양도 적어 30년 평균 적설량이 35.8㎝였던 광주의 같은 기간 적설량은 0㎝였다. 1938년 기상 관측 이래 광주에 눈이 쌓이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원도 강릉과 제주도 등도 적설량 0㎝를 기록했다. 서울은 30년 평균 적설량이 14.1㎝였지만 올 겨울엔 2.1㎝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겨울철마다 잦은 빙판길 접촉사고로 수익을 올렸던 자동차 정비업체는 예년에 비해 30~40% 매출이 감소했다. 해마다 12월 말부터 2월 초까지 도색과 판금 일감이 밀려 겨울철 특수를 누렸지만 올해는 경영난으로 문 닫는 공업사가 속출하고 있다.
530여개 업체가 가입한 서울시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 조계환 총괄본부장은 “정확한 통계는 집계하지 않았으나 특수가 사라진 것은 사실”이라며 “첨단 전자장비 설치 차량이 늘고 단속카메라 설치 장소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광주 K공업사 전 대표 김재만(54)씨는 “일감이 줄어 지난달 10여년간 운영해온 공업사를 폐업했다”며 “광주에서만 10여개 업체가 매물로 나와 있다”고 말했다.
낙상에 따른 골절환자가 줄어든 정형외과도 동절기 환자가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고, 제설용품 제조 업체 등도 매출이 크게 줄었다. 대전시의 경우 2017년 10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는 59차례 제설작업을 벌였으나 이번 겨울엔 같은 기간 실시한 제설작업이 고작 9회였다. 대전의 한 제설용품 제조 업체 관계자는 “매출이 30% 정도 떨어졌다”고 밝혔다.
눈이 내리지 않는 따뜻한 날씨 덕을 가장 크게 본 업종은 골프장이다. 경기도 포천의 A골프장은 2017년에는 눈과 추운 날씨로 65일정도 휴장했지만 지난겨울엔 휴장일이 10여일로 줄었다. 매출은 40% 가까이 증가했다. 경기도 용인의 B골프장도 올 겨울 예년에 비해 고객이 5000여명 늘었고 매출도 전년 대비 47% 증가했다고 밝혔다. 골프장 측은 “골프장 고객이 늘고 매출이 증가한 것은 99% 눈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겼다.
광주·대전·포천·용인=장선욱 전희진 박재구 강희청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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