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가입자가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달러 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하는 소비자나 현금의 일부를 달러로 확보하려는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높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달러보험 판매량이 꾸준하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AIA생명의 달러보험인 ‘무배당 골든타임 연금보험2’의 경우 올 들어 지난 25일까지 1284억원어치가 팔렸다. 지난해 1분기 실적(477억원)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푸르덴셜생명이 지난해 10월 출시한 ‘무배당 달러평생보장보험’도 빠른 속도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10~12월 390건의 계약이 체결된 데 비해 올해 1~2월에 787건이 팔렸다.
달러보험은 보험금을 달러로 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이다. 보험료 납입 방법은 상품마다 다르다. 달러로 보험료를 납입하는 상품도 있고, 달러를 기준으로 보험료 액수를 정하되 원화로 내는 상품도 있다. 국내에선 AIA생명, 푸르덴셜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들이 달러보험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달러 헤지’나 운용 측면에서 국내 보험사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달러 변액보험의 경우 해외 채권에 투자를 하기 때문에 외국계 보험사가 예전부터 많이 판매를 해 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달러보험 수요가 늘어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가 꼽힌다. 미·중 무역전쟁,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으로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다. 삼성증권이 지난달 자산 1억원 이상을 보유한 고객 10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응답자의 53.9%는 올해 금융시장에 대해 ‘국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안전자산 수요가 늘 것’이라고 예측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외환위기 사태 등을 겪었던 투자자들은 통화 분산으로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구성하려는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성도 무시할 수 없다. 보험업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 말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겠다고 선언하면서 달러보험 가입자가 늘었다고 분석한다. 달러 약세장에서 보험에 가입하고, 추후 달러 가치가 오르면 이익(환차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장기간 목돈을 넣어두고 자녀나 손주의 유학자금을 준비하려는 실수요도 적지 않다. AIA생명 이정호 BA사업팀장은 “주로 고액 자산가들이 가입하는 ‘VIP 상품’으로 알려져 있던 달러보험이 점차 고객층을 넓혀가며 대중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달러보험은 달러 가치 변동에 따라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소비자가 향후 달러 가치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