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빨리 온 ‘인구 자연감소’ … 급속히 늙어가는 한국

입력 2019-03-29 04:03

올해부터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된다.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를 밑돌아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정부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자연감소 시점을 2029년으로 잡았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는 저출산 때문에 자연감소 시점이 10년이나 앞당겨졌다.

인구 감소 시곗바늘도 3년 더 빨라졌다. 인구가 정점에 달하는 시점은 2028년이고, 이듬해부터 인구가 줄게 된다. 그 사이 한국은 늙어간다. 2067년엔 전체 인구의 절반이 만 62세 이상 고령자로 채워진다. 전체 인구에서 딱 중간을 차지하는 나이(중위연령)가 환갑을 넘긴 62.2세에 이르게 된다. 이대로라면 한국 경제는 엄청난 규모의 ‘인구 충격’을 피할 수 없다.

통계청은 2017년 5136만명이던 총인구가 50년 뒤인 2067년 3929만명까지 쪼그라든다는 장래인구 특별추계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통계청은 2016년에 장래인구 추계를 냈었다. 하지만 당시 가정한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저출산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특별추계를 내게 됐다.

인구가 정점에 달하는 시점은 2028년으로 당겨졌다. 인구는 5194만명을 찍은 뒤 2029년부터 감소한다. 2016년 추계 때 인구 감소 시점은 2032년이었다. 그나마 외국인노동자 유입, 이민, 재외동포 복귀 등 국제순유입이 인구 감소 시점을 조금 늦췄다. 국제순유입을 제외한 자연증감은 당장 올해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올해 사망자는 31만4000명에 이르겠지만 출생아는 30만9000명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통계청 김진 인구동향과장은 “사망자 수와 출생아 수 격차가 점점 벌어지면서 인구 감소 폭이 커지게 되고 2029년부터는 국제순유입으로도 메울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설명했다.

원인은 저출산이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출산하는 자녀 수)은 2017년 1.05명에서 2021년 0.86명까지 추락한다. 세계적으로 합계출산율 0.80명대를 경험한 나라는 홍콩, 마카오, 대만밖에 없다. 다만 주출산 연령인 30대 초반 여성 인구가 2020년 156만1000명까지 줄다가 이후 회복돼 2025년부터 합계출산율은 1.00명 선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저출산은 고령화를 동반한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17년 707만명(인구의 13.8%)에서 2067년 1827만명(46.5%)으로 급증한다. 반면 유소년 인구는 672만명(13.1%)에서 318만명(8.1%)으로 반토막 난다. 노령화지수(유소년인구 100명당 고령 인구 수)는 2017년 105.1명에서 2056년 502.2명으로 치솟는다. 생산연령인구(15~64세) 1명이 부양해야 할 고령 인구는 2067년 1.2명에 이른다.

정부도 ‘인구 절벽’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다음 달에 기획재정부 이호승 1차관을 팀장으로 하는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가 출범한다.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가 모두 참여해 6월 말까지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