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여성 인권변호사 美 대사관 앞서 체포

입력 2019-03-29 04:05

중국의 저명한 여성 인권 변호사가 미국 대사관에 들어가려다가 공안에 체포됐다. 중국에선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의 독재를 비판한 칭화대 교수가 정직 처분을 받고, ‘중국제조 2025’를 비판한 고위급 인사가 해임되는 등 사상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중국 첫 인권변호사로 알려진 왕위(사진)는 27일 베이징 주중 미국 대사관에서 열린 가정폭력 관련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가려다 경찰에 체포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 보도했다.

대사관을 지키는 중국 공안은 왕 변호사에게 신분증을 요구했으나 가져오지 않았다고 하자 곧바로 수갑을 채워 경찰서로 연행했다. 혐의는 ‘공무집행 방해’라고 했다.

왕 변호사와 같이 있던 친구는 “미국 대사관 직원이 왕 변호사를 대사관 안으로 들여보내 달라고 요청했으나 공안은 막무가내로 그를 연행했다”며 “불과 몇 분 만에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왕 변호사는 위구르족 반체제 학자로 종신형을 받고 수감 중인 일함 토티나 파룬궁 신도 등의 변호를 맡아 당국의 주시를 받았다. 그는 2015년 7월 9일 300여명의 인권운동가들이 대거 체포된 ‘709 검거’ 때 공안에 체포돼 구금됐다.

왕 변호사는 1년 뒤인 2016년 7월 풀려난 뒤 인권운동을 계속했고, 올해 초 ‘국가권력 전복’ 혐의로 4년6개월 형을 선고받은 인권운동가 왕취안장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왕 변호사의 남편 바오룽쥔은 “아내는 이전에도 신분증 제시를 거부했으나 다른 직원들과 상의를 한 뒤 출입이 허용됐으며 체포된 적은 없었다”며 “공안이 아내를 겨냥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칭화대는 최근 쉬장룬 법대 교수에게 정직 처분을 내리고 조사가 끝날 때가지 강의와 연구활동, 학생 모집 등을 모두 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쉬 교수는 지난해 3월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철폐하는 헌법 개정을 하자 7월 인터넷에 글을 올려 ‘독재 회귀’와 ‘개인숭배’를 저지하고 국가주석 임기제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계획인 ‘중국제조 2025’를 비판한 러우지웨이 전 재정부 부장(장관급)은 전국사회보장기금 이사장직에서 해임됐다. 그는 3월 초 정협 기간에 기자들과 만나 “중국제조 2025는 말만 요란했지, 실제로 이룬 것은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