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학의 재수사 채동욱·조응천 포함해 전모 파헤쳐야

입력 2019-03-29 04:05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27일 국회 답변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연루된 ‘별장 성접대 외혹 사건’과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재수사와 관련, “수사 주체는 특별수사단을 구성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고 밝혔다. 검사장급 간부를 단장으로 하고 전국에서 수사인력을 차출해 별도의 수사팀을 꾸려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이 ‘셀프 수사’를 하겠다는 것인데 제대로 수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번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에 도입했지만 흐지부지 끝난 전례를 되풀이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재수사의 갈래는 두 가지다. 하나는 2007~2008년으로 추정되는 시기에 원주에 있는 건설업자의 별장에서 벌어진 범죄행위를 밝혀 단죄하는 것이다. 별장을 드나든 고위층 인사들이 많을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공소시효 논란이 있지만 적극적으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또 하나는 별장 동영상이 보도된 2013년 3월 이후 이 사건과 관련된 권력기관의 조직적인 수사 방해와 축소·은폐 의혹의 전모를 밝히는 것이다. 당시 경찰이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보고했는데도 청와대는 차관 임명을 강행했고 이후 경찰 수사팀은 좌천성 인사 조치를 당했다. 경찰의 기소 의견과 관련 증거들을 외면하고 검찰이 1차에 이어 2차 수사에서도 김 전 차관 등을 무혐의 처분한 과정과 이유도 밝혀내야 한다. 고위인사를 포함해 당시 검찰 수사팀과 청와대 관계자들이 줄줄이 수사 선상에 올라야 하는 사건이다.

셀프 수사도 못미덥지만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특검은 현 단계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드루킹 사건 재특검 등 여러 조건을 내걸고 있는데 이는 특검을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하지 말자는 것이다. 정치공방으로 흐르는 것은 진상 규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검찰이 수사팀을 공정하게 꾸려 철저하게 수사하는 게 우선이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인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물론이고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수사책임자였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포함해 성역없이 수사해야 한다. 정치권 눈치를 보고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한다면 이번 재수사도 추후 단죄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