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에 앉아있는 아이가 V자가 그어진 흰색 선 밖을 신중하게 노려본다. “둘, 셋” 흰색 공을 쥐어주는 선생님과 눈을 한 번 마주친 뒤 공을 던진다. 둔탁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 표적구(球)를 다시 노려본 후 팔을 흔들어 공을 던진다. 6개의 공이 표적구 근처에 모두 모여있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선생님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웃는다.
뇌병변과 지적장애를 함께 갖고 있는 김도훈(15)군이 장애인 스포츠인 보치아를 연습하는 장면이다. 보치아는 표적구에 가장 가까이 공을 던져 점수를 얻는 장애인 스포츠다. 1988년 서울패럴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이혜정 주몽학교 보치아 감독은 “보치아는 표적에 최대한 가까워야 점수를 얻는다는 점에서 컬링과 비슷한 종목”이라고 소개했다. 도훈이는 경력 4년의 어엿한 보치아 선수다.
도훈이를 27일 서울 강동구 주몽학교에서 만났다. 오는 5월 소년체전을 앞둔 도훈이는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장애인스포츠의 특성상 보조자인 선생님과도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도훈이의 파트너 서준성 교사는 “도훈이가 25일 열린 서울시 대표 선발전에서 개인전 1위를 했다”면서 “첫 대회 출전 때는 무서워서 울어버린 도훈이가 이제는 경기장에서 심판에게 여유있게 웃어보이는 프로가 됐다”고 치켜세웠다.
어머니 박영란(40·신천중앙교회)씨는 보치아를 접한 이후 도훈이의 성격이 밝아졌다고 말했다. 박씨는 “워낙 수줍은 성격에 말이 많지 않았던 도훈이가 운동을 하면서 활달해진 것이 눈에 보인다”고 했다. 아이가 밝아진 모습에 박씨도 신이 났다. 이 감독은 “박씨가 매주 두 차례 연습 전 다른 선수들에게도 음료수를 돌리고 ‘함께 기도하자’고 권한다”고 귀띔했다.
도훈이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게 뭔지 물었다. 한참 눈길을 피하던 도훈이는 온몸을 꼬며 ‘개인교습’이라고 답했다. 전국체전 등 전국대회와 패럴림픽 등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연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교사 서씨는 “방학이 되면 체계적인 연습을 받기가 쉽지 않다”며 “전국 단위의 선수로 발돋움하려면 연습의 흐름이 끊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비도 문제다. 지자체에서 후원받은 보치아 전용 공 세트가 있지만, 낡은 데다 여러 선수가 함께 사용한다. 이 감독은 “성적 향상을 위해선 평소 익숙한 개인장비를 대회에서 사용하는 게 필요하지만, 가격이 70만원을 호가해 당장 사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도훈이의 목표는 실업팀 입단과 2024년 파리 패럴림픽 출전이다. 내년에 열리는 도쿄올림픽에는 나이 제한 때문에 출전할 수 없지만, 성인이 되는 2024년에는 국가대표로 출전할 수 있다. 패럴림픽 이야기가 나오자 도통 말이 없던 도훈이가 입을 열었다. “올림픽(패럴림픽), 갈 거야!”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기적을 품은 아이들' 성금 보내주신 분 (2019년 2월 25일∼2019년 3월 27일/ 단위 : 원)
△ 김병윤(하람산업) 20만 △ 조동환 김전곤 안승범 10만 △ 최봉희 김덕자 우만제 김진원 연용제 남진우(김지후) 5만 △ 김덕수 김진수 이관우 신영희 3만 △ 임경재 2만 △ 김진일 사랑 이정원 김명래 노송애 김진일 1만 △ 권종선 5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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