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5∼27일 장관 후보자 7명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했다. 28일 현재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은 물론 안건을 전체회의에 상정한 상임위도 없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장관 후보자 전원을 ‘부적격’으로 보고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기로 했다. 전례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일차적인 책임은 대통령과 청와대에 있다.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특혜 채용, 자료 제출 거부 같은 하자 단골 메뉴를 어쩌면 이렇게 골고루 갖춘 후보자들을 지명했는지 아연할 따름이다. 그 정도로 이 정권에는 도덕성이나 자질을 갖춘 사람들이 없는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도대체 뭘 했고 어떤 방식으로 일했길래 이런 결과를 초래했나. 내부 감사라도 해야 할 정도다. 청와대가 국민 앞에 약속한 자체 기준도 많이 위반했다. 한두 차례면 실수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정도면 인사검증 시스템이 망가졌다고 봐야 한다. 인사 추천·검증 책임자들의 무능과 무책임을 지적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아무리 분석을 해봐도 자질·능력이나 도덕성을 기준으로 장관을 찾는 게 아닌 것 같다. 이념 성향이 같거나, 확실한 자기편이거나, 최소한 고분고분 말이나 잘 듣는 사람들만 쓰려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지금까지 예로 봤을 때 대통령은 보고서 채택과 상관없이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8명의 장관을 임명했다. 인사청문회가 요식적인 절차로 전락했으니 있으나 마나다. 청문회 취지를 살리려면 국회가 부적격 후보라고 판단할 경우 임명을 할 수 없게끔 비토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인사청문회법을 개정하는 게 맞다. 물론 대통령중심제에서 대통령의 인사권을 너무 제한하는 것이라거나, 내각제적 요소가 짙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청문회 날 하루만 버티면 장관으로 임명되는 이런 청문회를 그대로 진행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다. 인사청문회법은 청문위원이 자료를 요구하면 5일 이내 제출토록 돼 있으나 개인정보보호법이나 금융실명제법은 진료기록이나 금융거래, 출입국 정보 등을 요구할 수 없도록 해 충돌이 발생한다. 또 장관 후보자가 거짓말을 해도 위증죄로 처벌할 근거가 없다. 이런 것들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사설] 인사청문회법 개정하라
입력 2019-03-29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