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10년 만에 챔프 탈환… 해결사 이재영 만장일치 MVP

입력 2019-03-27 23:52
흥국생명 선수단이 27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V리그 여자부 5판 3선승제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한국도로공사를 이기고 우승을 확정지은 뒤 우승컵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흥국생명이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것은 ‘여제’ 김연경 시대인 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뉴시스

흥국생명 이재영이 볼에 입맞춤을 한 뒤 서브를 날렸다. 한국도로공사 문정원의 리시브를 받은 이원정이 공을 쳐 흥국생명의 코트에 떨어뜨렸다. 하지만 넷터치 판정으로 흥국생명의 점수가 올라가면서 챔피언결정전 우승팀이 결정됐다.

흥국생명이 챔피언결정전에서 한국도로공사를 꺾고 ‘배구여제’ 김연경이 뛰던 2009년 이후 10년 만에 대망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통합우승으로 치면 12년 만이다. 또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통합우승을 이뤄낸 여자 감독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흥국생명은 27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4차전에서 도로공사를 세트스코어 3대 1(15-25 25-23 31-29 25-22)로 이기고 시리즈스코어 3승 1패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흥국생명은 1세트에서 박정아(24득점)와 파튜(24득점)가 맹공을 퍼부은 도로공사에 밀려 1세트를 내줬다. 흥국생명이 2세트를 가져가 1-1 동률이 됐다.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3세트였다. 도로공사는 21-24로 뒤진 상황에서 박정아의 맹활약으로 맹렬히 추격하며 듀스를 만들어냈고 이는 29-29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이재영이 30번째 점수를 따내며 세트포인트 상황을 만들었다. 이어서 톰시아가 문정원의 공격을 블로킹하며 세트스코어 2-1이 됐다. 플레이오프 3경기 모두 풀세트 접전을 치르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도로공사의 투혼이 돋보였지만 아쉽게도 여기까지였다. 결국 분위기를 탄 흥국생명이 4세트도 가져갔다.

이날 29득점을 올린 이재영은 만장일치(29표)로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이재영은 이번 시즌 군계일학이었다. 시즌 624득점으로 국내 선수 최다 득점자다. 세트당 평균 리시브와 디그 모두 리베로 김해란에 이어 팀내 2위에 오르는 등 수비에도 크게 공헌했다.

이재영은 또 2년 전의 아픔을 씻는 순간이었다. 이재영은 데뷔 3년차인 2016-2017시즌 MVP와 정규리그 우승을 함께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정철 감독이 이끄는 IBK기업은행에게 챔피언결정전에서 패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올 시즌 이재영은 “2년 전에는 라커룸에서 그룹 퀸의 ‘위아 더 챔피언스(We are the champions)’을 들었다”며 “이번에는 꼭 우승컵을 들고 이 노래를 듣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선수단이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을 헹가래치는 모습. 뉴시스

팀의 통합우승에 박미희 감독의 지도력도 빼놓을 수 없다. 박 감독은 지난해 꼴찌로 추락한 팀을 한 시즌만에 통합우승에 이르도록 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실의에 빠진 선수들을 다독이고 약점을 재빨리 파악하며 시즌을 대비했고 결국 여자배구 최고봉에 올랐다. 박 감독은 “지난해 힘들었던 게 가장 먼저 생각났다. 사실 감독을 그만두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감독인) 내가 가는 길이 역사가 된다는 주변의 조언에 다시 힘을 냈다”고 밝혔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