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문율 신경전이 선수들에게 자극을 준 것일까. KIA 타이거즈가 개막 3연패에서 벗어났다.
KIA는 2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9대 4로 승리했다. 이로써 KIA는 개막 후 네 경기만에 마수걸이 승리를 따냈다.
경기를 앞두고 KIA 분위기는 좋지 못했다. 전날 한화 한용덕 감독이 크게 이긴 상황에서 9회말 2사 후에 마무리 투수 정우람을 등판시켰고, 이에 화가 난 KIA 김기태 감독이 투수인 문경찬을 대타로 내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비난의 화살이 김 감독에게 집중적으로 날아왔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야구의 격언을 무시한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6점이라는 큰 점수차가 났지만 그래도 프로가 팬들 앞에서 일찌감치 경기를 포기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김 감독이 7년 전인 LG 트윈스 사령탑 시절에도 이런 비슷한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도 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김 감독은 2012년 9월 12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에서도 0-3으로 뒤진 9회 SK 이만수 감독이 두 차례 투수 교체를 하자 마지막 타자를 신인 투수 신동훈으로 교체해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이에 이날 경기를 앞두고 많은 KIA 선수들은 이런 여론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측에서 먼저 ‘상대를 자극하지 말라’는 야구 불문율의 대명제를 어겨 오히려 김 감독이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 감독은 “정우람은 개막 후 실전등판 기회가 없어 점검차 기용했다.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결국 이런 비난에 자극받은 KIA 선수들은 경기 초반부터 화난 방망이를 휘둘렀다. 1회에만 4점을 뽑아내며 승리 의지를 불태웠다. 무사 1루에서 헤즐베이커가 선제 투런포를 작렬했고, 이어진 2사 만루에서 김민식이 주자 두 명을 불러들이는 안타를 때려냈다. 4-2로 쫓긴 5회에도 김민식과 최원준의 적시타로 3점을 내 도망갔다. 김민식은 이날 혼자 5타점을 쓸어담는 맹활약을 펼쳤다.
마운드에선 조 윌랜드가 6이닝 7피안타(1홈런 포함) 4볼넷 3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호투하며 자신의 한국 무대 첫 승을 따냈다. 뒤어어 나온 고영창과 하준영, 김윤동은 상대 타선을 효과적으로 틀어막고 승리를 지켰다.
한편 막내구단 KT 위즈는 NC 다이노스에 1대 4로 패했다. 올 시즌 이강철 감독 체제로 새롭게 시작한 KT는 개막 후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하고 4연패 수렁에 빠졌다. SK는 연장 11회말 최정의 끝내기 안타로 LG를 2대 1로 물리쳤다. 개막 후 3연승을 질주했던 LG는 시즌 첫 패를 당했다. 두산 베어스도 연장 10회말 정수빈의 끝내기 안타로 키움 히어로즈를 3대 2로 꺾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