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고도 장관 하겠다는 ‘강심장’ 후보들

입력 2019-03-28 04:01

유학생 자녀가 있는 미국에 국가연구비로 수차례 출장을 다녀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다주택 보유로 시세차익 23억원이 예상되는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위장전입을 4차례나 한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막말을 쏟아냈다가 ‘죄송하다’는 말만 한 통일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낙마한 후보자 명단이 아니라 임명 대기 중인 후보자 명단이다. 문재인정부 2기 장관 후보자의 결격사유가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낙마한 후보자 못지않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등 온갖 의혹이 쏟아지자 후보자들은 “죄송하다” “송구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될 가능성은 낮지만 스스로 사퇴할 의향도 없다. 후보자들은 하루짜리 ‘반성 청문회’로 온갖 흠결을 면피하고, 청와대는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도 임명을 밀어붙이는 구태가 또 되풀이될 조짐이다.

27일 열린 조동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도 ‘송구 청문회’였다. 자유한국당 최연혜 의원은 조 후보자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국가연구비로 해외 출장을 다녔는데, 7차례에 걸쳐 자녀가 유학 중인 미국 샌디에이고 등을 찾았다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아 사과드린다”고 했다.

청문회를 마친 다른 후보자들도 ‘적폐청산’을 내건 문재인정부의 중반기를 책임지기에는 낙제점이라는 평가가 많다.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3주택(2주택, 1분양권) 보유로 23억원의 시세차익 실현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주택업무 주무 장관이고, 현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 나선 점을 감안하면 부적격 후보자라는 비판이 많다.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은 “부동산 투기를 막고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토부 장관으로는 부적합해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당에서조차 “공직자로서 지혜롭지 못하게 재산을 관리했다는 생각이 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연철(사진)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과거 페이스북에 여러 정치인을 향해 “군복 입고 쇼” “박근혜가 씹다 버린 껌” “감염된 좀비” 등 막말을 쏟아냈다. 청문회에서는 내내 “반성한다” “송구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아들의 중학교 진학, 딸의 전학을 위해 총 4차례 위장전입을 했다. 지적이 쏟아지자 “입이 열 개라고 할 말이 없다”며 사과했다. 아들은 ‘한국선급’ 특혜 채용 의혹까지 받고 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전날에야 자녀들의 증여세 6500만원을 늑장 납부했다.

청와대는 각종 의혹에 대해 “사전에 체크했다”는 입장이다. 이런 의혹을 가진 후보자들이 장관으로서 부적격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청와대가 청문회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임명해도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며 “청문회는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장치인데 여당이 무조건 정부의 인사를 옹호하기 때문에 반쪽짜리 청문회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문재인정부에서 대체적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들을 후보로 선정하면서 임기 중반 개혁 의지, 국정 운영의 새로운 변화를 못 보여줬다”며 “야당이 반대하든 말든 대통령이 어차피 임명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국민들도 관심이 없는 최악의 인사청문회가 됐다”고 지적했다.

임성수 심우삼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