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특별수사단을 꾸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범죄 의혹 사건’을 5년 만에 다시 수사하기로 했다. 김 전 차관이 직접 연루된 뇌물수수 의혹이 우선 수사 대상이다.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려면 뇌물에 대한 대가성을 규명해야 한다.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김 전 차관에게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뒤 그 대가로 어떤 것을 제시했는지 확인하는 게 필수적이다.
앞서 이 사건을 살펴본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조사단)은 윤씨 등이 연루된 형사 사건을 김 전 차관이 무마해준 정황을 포착했다. 조사단은 윤씨가 2005~2012년 지속적으로 김 전 차관에게 수천만원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고 ‘사건 무마’라는 대가를 받은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 전 차관으로부터 성폭력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 중 일부는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사건 해결을 부탁하며 돈 봉투를 주는 것을 봤다” “김 전 차관이 ‘내가 전화해놨는데 그 사건 잘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조사단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윤씨는 각종 형사 사건에 연루됐다가 불기소 처분을 받은 일이 적지 않았다.
조사단은 윤씨 등이 불기소 처분을 받은 시기와 각종 진술, 윤씨가 김 전 차관과 접촉한 시기를 종합해 ‘뇌물 및 대가 의혹 리스트’를 작성했다. 경찰 조사 기록에는 윤씨가 2012년 4월 자신의 휴대전화로 광주고검장 사무실에 수차례 전화를 걸어 통화한 내역이 나온다. 이때는 김 전 차관이 광주고검장으로 재직하던 시기다. 조사단은 이 같은 정황 등을 토대로 2012년까지 윤씨와 김 전 차관 간에 사건 무마 청탁과 금품이 오간 것으로 보고 있다.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조사단 보고서를 토대로 계좌추적 등 강제수사를 권고한 배경이다. 일반적으로 뇌물죄의 공소시효는 5년이지만 뇌물 액수가 3000만원을 넘으면 10년, 1억원 이상이면 15년으로 늘어난다.
정황만으로 범죄 혐의를 단정할 수는 없다. 경찰은 2013년 첫 수사 때 뇌물수수 의혹에 대해 수사했으나 대가성을 명확히 입증하지 못했다. 결국 특수강간 혐의만을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도 같은 이유로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검찰은 ‘진경준 사건’에서도 대가성을 구체적으로 규명하지 못해 120억원대 넥슨 주식을 뇌물로 인정받지 못한 적이 있다. 대법원은 2017년 12월 이 사건 재판에서 “추상적이고 막연한 기대감만으로는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뇌물공여 혐의 공소시효가 대부분 완성된 점은 검찰에 유리한 상황이다. 시효가 7년이어서 윤씨는 2012년 3월까지 김 전 차관에게 금품 등을 건넨 사실을 처벌받지 않는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27일 “이제는 처벌에서 자유로워진 윤씨가 어떻게 진술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윤씨에 대한 회유를 막기 위해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동성 구자창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