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원 ‘수시 인사’로 바꾸고 이사대우·이사→ 상무 통합

입력 2019-03-28 04:03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모습.

본격적으로 ‘정의선 체제’에 시동을 건 현대자동차그룹이 내부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낡은 제도를 벗어던지고 미래 시장환경에 적합한 효율적인 시스템을 도입해 기업문화를 혁신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그 첫 단추로 인사제도 개편을 비롯한 조직 및 사업 체계 변화에 나선다. 현대차그룹은 연말에 실시되는 정기 임원인사를 경영환경 및 사업전략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연중 수시인사 체계로 전환한다고 27일 밝혔다. 조직의 유연성을 높이고 해당 부문 임원들의 업무 추진력과 전문성, 책임감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임원 인사제도 개편은 현대차그룹이 최근 도입한 출퇴근 및 점심시간 유연화, 복장 자율화, 신입사원 수시채용 등과 궤를 같이한다.

회사는 임원뿐만 아니라 일반·연구직 직원들에 대한 인사제도 역시 자율성과 기회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변화를 구상 중이다. 올 상반기 중 임직원 의견수렴과 상세 제도 마련 등을 거쳐 올 하반기 인사제도 개편을 시행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또 다음 달부터 기존 이사대우, 이사, 상무까지의 임원 직급 체계를 상무로 통합해 사장 이하 6단계 직급을 4단계로 축소한다.

임원 인사제도 개편에 맞춰 현대차그룹은 이날 일부 그룹사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현대엔지니어링 화공플랜트사업본부장 김창학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고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현대모비스 홍보실장 이화원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 기아타이거즈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현대·기아차 인사실장 김윤구 전무와 기아차 북미권역본부장 윤승규 전무도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전문성과 역량에 기반한 여성 우수인재에 대한 발탁인사도 이뤄졌다. 변영화 현대차 고객채널육성팀 부장, 김정원 현대차 체코공장 회계팀 부장, 조애순 기아차 경기남부지역본부 부장이 여성 신임 임원으로 발령됐다. 더불어 중국사업 서울 본사 조직을 중국 현지로 전진 배치해 시장 현장 중심의 신속하고 선제적 의사결정 체계 구축에 나섰다.

이와 함께 현대·기아차는 고성능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한 사내 정보기술(IT) 업무 프로세스 혁신에도 나선다. 현대·기아차는 자사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에 세계 ERP 분야 1위의 독일 업체 SAP의 고성능 클라우드 방식 데이터베이스를 도입한다고 이날 밝혔다.

현대·기아차가 SAP와 협력해 도입하는 ERP용 데이터베이스는 ‘인메모리 기반 클라우드’ 방식이 적용된다. 인메모리 기반 클라우드 방식은 데이터를 물리적 데이터 센터에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클라우드로 구축된 메모리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 데이터를 처리하는 첨단 기술이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 업체 중 사내 핵심 데이터베이스를 인메모리 기반 클라우드 방식으로 전환한 기업은 현대·기아차가 최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미래 삶의 중심이 될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에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변화를 추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