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에… 편의점 왕국 日 24시간 영업 막내릴까

입력 2019-03-28 04:04

‘편의점 왕국’ 일본에서 편의점의 영업시간 단축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정부까지 나서서 영업방식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은 27일 경제산업성이 세븐일레븐, 훼미리마트, 로손, 미니스톱 등 4대 편의점 체인 본사에 편의점 영업방식 개선 대책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다음 달 초 이들 체인의 경영진을 만나 단축영업, 무인화, 가맹점 점주와의 대화 강화 등에 대한 행동계획을 만들도록 요구할 예정이다.

경제산업성까지 나서게 된 것은 지난 2월 오사카의 한 세븐일레븐 편의점이 본사의 24시간 영업 방침을 어기고 시간을 단축했다가 위약금 1700만엔(약 1억7500억원)을 물어야 한다는 일이 발생한 게 계기가 됐다. 이 점주는 시급을 올려서까지 새벽시간대 일할 직원을 찾았지만 구하지 못했고 궁여지책으로 새벽 1~6시 가게 문을 닫았다. 하지만 본사에서 계약 해지 및 위약금을 요구하자 편의점 가맹점주 단체인 ‘편의점 가맹점 유니온’이 기자회견을 열고 단체교섭을 요청하는 등 단체행동에 나선 상황이다.

편의점 가맹점 유니온 측의 교섭 요청에 대해 본사는 “점주들은 노동자가 아니다”며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는 2009년 세븐일레븐, 2012년 훼미리마트 가맹점 점주들이 노조를 결성한 뒤 본사에 영업시간과 이익분배 등의 변경과 관련한 단체교섭을 요청해 왔다. 한국은 점주가 점포를 임차하고 본사를 선택하는 ‘완전가맹’ 형태 편의점이 80%가량을 차지하지만, 일본은 본사가 점포를 임차하고 제반시설까지 갖춘 뒤 운영자를 모집하는 ‘위탁가맹’ 형태의 편의점이 90%에 이른다. 그러나 일본의 편의점 본사는 가맹점 유니온을 노조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본 편의점 산업은 24시간 운영된다는 장점을 내세워 1970년대부터 급속도로 확대됐다. 현재는 전역에 5만8000여개가 운영되고 있으나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경제산업성의 설문조사 결과 편의점주 61%가 “종업원이 부족하다”고 대답했다.

편의점 체인 본사들은 만성적인 인력난 때문에 24시간 영업 수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전국 2만700여개의 편의점 중 직영점 10곳의 영업시간을 오전 7시~오후 11시로 줄이는 실험을 시작했다. 로손도 “문제점을 해결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편의점 업계는 또 2025년까지 전체 취급 상품 약 1000억개에 IC태그를 부착하기로 했다. 무선자동식별 기능을 가진 IC태그를 상품에 부착하면 무인 계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얼굴인식 기술을 통해 이용자 식별, 대금 결제까지 가능한 무인 점포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IC태그와 무인 점포 모두 걸음마 단계여서 당장 편의점 점주들의 불만을 해소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