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제이콥 디그롬은 뉴욕 메츠와 26일(현지시간) 5년간 1억375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2020시즌이 끝나고 FA가 될 예정인 디그롬과 3년 FA 계약을 미리 한 셈이다.
올 메이저리그 FA 시장은 유례 없는 한파를 맞았다. 최대어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필리스), 매니 마차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을 제외하고는 잠잠한 편이다. A급 투수로 분류되는 댈러스 카이클, 크레이그 킴브렐은 아직도 미계약 상태다.
반면 FA가 아닌 선수들의 고액 계약이 자주 이뤄지고 있다.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이 12년간 4억3000만 달러의 미국프로스포츠 사상 최고가액의 연장계약에 합의했고 콜로라도 로키스는 놀란 아레나도를 8년간 2억6000만 달러를 주고 붙잡았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크리스 세일(5년 1억4500만 달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폴 골드슈미트(5년 1억3000만 달러) 등도 FA 전 ‘잭팟’을 터뜨렸다.
이런 계약에 대해 현재 팬과 선수, 구단 모두 만족하는 상태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27일 “FA 이전 연장계약은 경쟁 없이 확실히 선수를 붙잡는 동시에 팬들에게 ‘구단이 프랜차이즈를 잡았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는다”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들도 긍정적이다. 디그롬은 계약 전부터 “메츠에서 오래 뛰고 싶다”고 밝혔고 트라웃은 계약 뒤 “떠날 생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연차가 낮은 선수들에게는 금전적으로도 이익일 수 있다. 2016년에 데뷔했지만 2017년부터 2년간 풀타임으로 뛴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블레이크 스넬(탬파베이 레이스)은 지난 10일 단 1만5500달러만 인상된 연봉(57만3500달러)을 제시받았지만 이를 승낙해야했다. 풀타임 3년차가 지나야 가질 수 있는 ‘연봉조정신청’ 자격이 없으면 선수가 구단의 제시액을 거부할 수 없는 탓이다. 이에 MLB 노조가 섭섭함을 토로하자 탬파베이는 5년 5000만 달러의 새로운 계약을 제시했다. 스넬은 반색하며 이를 수락했다.
스몰마켓인 탬파베이로서도 나쁘지 않은 계약이다. 최근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가진 스타 선수의 연봉은 2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그런데 스넬이 지난해 활약을 이어가더라도 연 1000만 달러로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송 위원은 “FA 제도로 한 팀에서 오래 뛰는 충성도 높은 선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FA 전 장기계약 흐름이 활성화되면 빅마켓팀의 경우 소속팀 스타를 거액에 잡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로인해 스타들이 팀에 애정을 갖고 뛰면 뉴욕 양키스·보스턴 등 라이벌들의 불꽃 튀는 경쟁을 볼 수 있는 등 순기능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