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법정에서 “다스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이명박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을 받고 소송비를 지원해 줬다”고 증언했다. 이 전 부회장의 증언을 듣던 이 전 대통령은 ‘미친X’ 등 욕설을 수차례 작은 목소리로 내뱉어 경고를 받았다.
이 전 부회장은 27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2007년 말쯤 소송 대리인인 김석한 변호사가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이 전 대통령의 소송 비용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승인을 받아 정기적으로 자금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또 “2009년에도 김 변호사가 ‘대통령이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으니 계속 지원을 해 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는 증언을 내놨다.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다스의 BBK 투자금 회수 소송을 벌이면서 삼성에서 소송비 61억원을 대납받은 혐의(뇌물수수)를 받고 있다. 이 대가로 이 회장의 특별사면이 이뤄졌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1심은 이 전 부회장이 검찰에 제출한 자수서 등을 근거로 뇌물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 전 부회장은 검찰이 “이 전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재직에 이르기까지 자금을 지원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대통령 후보나 대통령 되시고 나서 청와대에서 그런 요청이 들어오면 거절하기 어려운 게 있다”며 “한편 요청에 응하면 여러 가지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 지원이 이건희 회장의 특별사면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느냐”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고 짧게 답했다.
검찰은 이 전 부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마무리될 무렵 “증언 도중 피고인(이 전 대통령)이 여러 번 욕설하는 것을 들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증인이 증언할 때 불쾌감을 표현하면 증언 방해가 된다”며 “재판부 입장에서는 퇴정을 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검사 노만석)는 이날 신한은행의 ‘남산 3억원 의혹 사건’과 관련해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 6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11월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의 수사 권고 이후 첫 강제수사다. 앞서 과거사위는 신한은행 측이 2008년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 측에 3억원을 건넸다는 의혹에 대해 뇌물죄 공소시효가 남았다며 수사를 권고했다.
이가현 구자창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