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투자유치 등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부모가 살해된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사진)씨 형제가 피살 사건 이후 열린 첫 재판에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는 2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와 이씨 동생 이희문씨에 대한 항소심 공판을 진행했다. 지난 16일 이씨 형제 부모가 경기도 평택의 한 창고와 경기 안양 주거지에서 각각 숨진 채 발견된 후 처음 열린 재판이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이씨는 법원이 부모상을 위한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풀려났다 지난 20일 발인을 마치고 다시 수감됐다.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선 이씨는 자리에 앉은 뒤로는 내내 고개를 숙인 채 침통한 모습이었다. 인적 사항을 묻는 재판부 질문에도 겨우 눈물을 참는 듯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항소심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상태인 이희문씨는 법정에 들어서는 형 이씨를 보고는 더 참지 못한 듯 눈물을 터뜨렸다. 동생 이씨가 계속 눈물을 흘리던 모습을 보던 재판장이 재판이 끝난 뒤 “마음을 잘 추스르시라”는 격려를 건네기도 했다. 이날 재판은 지난 2월 법원 정기 인사 후 열린 첫 재판이라 별도 심문 없이 10여분 만에 끝났다.
한편 이씨 측근이 최근 숨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이씨 측근 A씨는 지난달 5일 자신이 거주하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아파트 단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평소 우울증약을 복용했으며 타살 흔적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