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과 메르켈의 뼈 있는 대화 “함께 가자” “중국 호혜성 부족”

입력 2019-03-28 04:03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악수를 나누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 주석은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정상들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불신이 우리를 뒤돌아보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원하지만, 지금은 호혜성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AP뉴시스

유럽을 순방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에 “의심을 거두고 함께 나아가자”고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아직 중국의 호혜성이 부족하다”고 선을 그으며 중국의 변화를 촉구했다. 앞서 시 주석의 모나코 국빈방문 과정에서 샬린 공주가 선글라스를 벗지 않고 시 주석을 맞이하는 등 외교적 결례 논란도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프랑스를 국빈방문한 시 주석은 26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메르켈 총리,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과 함께 다자회담을 가졌다. 회담에선 무역과 기후변화를 포함한 환경정책 등 중국·EU 간 주요 이슈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시 주석이 지난 23일 이탈리아와 일대일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중국의 유럽 공략에 가속도가 붙는 상황이어서 서로 뼈 있는 말들을 주고받았다.

시 주석은 다자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물론 유럽과 중국 간에는 차이가 있고, 경쟁이 있지만 이는 긍정적인 경쟁”이라며 “지난 40년간 개혁개방을 추구해 왔기 때문에 이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과 EU 사이에 드리워진 상호 불신을 거론했다. 시 주석은 특히 “우리는 함께 나아가고 있다. 의심이 우리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며 “우리는 서로를 경계하거나 상대가 우리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봐 걱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이 일대일로에 열린 자세를 보이면서도 중국의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했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도 (일대일로에서) 역할을 하기 원한다”며 “그러려면 호혜성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이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융커 위원장은 “유럽 기업들도 중국 기업들이 유럽에서 누리는 수준의 시장 접근권을 중국에서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 무역과 투자 개방으로 수억명의 중국인들이 빈곤에서 벗어나게 됐지만 이로 인해 유럽 사회는 일자리 감소 등으로 긴장이 고조됐다”며 중국의 호혜적인 조치를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특히 중국에서 외국기업이 철도나 운송 인프라 같은 공공조달 계약을 따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중국 시장의 폐쇄성도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 융커 위원장은 모두 중국을 “경쟁자”라고 표현했다.

한편 중화권 매체 보쉰은 시 주석이 모나코를 방문했을 때 샬린 모나코 공주가 선글라스를 쓴 채 환영식에 참석하고 시 주석과 알베르 2세 국왕이 의장대를 사열할 때는 레드카펫도 깔리지 않아 ‘외교적 결례’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쉰은 당시 레드카펫이 극히 일부분에만 깔려 시 주석과 알베르 국왕은 돌로 된 딱딱한 바닥을 걸어야 했고, 샬린 공주는 시 주석 부부 환영식이 진행될 때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으나 그마나 환영식 후에는 벗어 더 큰 결례는 피했다고 전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