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연금사회주의 우려”

입력 2019-03-27 19:03 수정 2019-03-27 22:39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연임이 저지된 가운데 본사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뉴시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이 주주들에 의해 좌절되자 경영단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7일 “국민연금이 민간기업 경영권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연금사회주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는 만큼 보다 신중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또 “사법부가 판결을 내리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해야 한다는 대원칙에도 반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유감을 표명하는 입장문에서 “공적연금이 기업 경영에 대단히 중요한 사내이사 연임 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주주가치 제고와 장기적인 기업의 성장 등 제반 사안에 대한 면밀하고 세심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또 “국민연금의 의결권은 기업에 대한 경영 개입이 아니라 국민 노후자금의 수익성과 안정성 확보라는 재무적 투자자로서의 본질적 역할에 초점을 둬야 할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기업경영권을 흔드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향후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거세게 압박해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하는 분위기다. 미래 성장동력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해야 하는 사업은 주주들의 단기적인 배당 요구 등에 막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대로 이번 기회를 계기로 재계도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의 윤리 경영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적은 지분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기업의 경영권은 흔들리기 쉽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며 “앞으로 엘리엇 같은 행동주의펀드가 주주의 권익을 앞세워 요구하는 것을 거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