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받은 트럼프 “눈엣가시 오바마케어 폐지” 드라이브 예고

입력 2019-03-27 19:29
사진=AP뉴시스

러시아 스캔들에서 면죄부를 받은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폐지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자신을 옥죄던 특별검사 수사에서 벗어나자 2020년 재선을 위한 이슈 선점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것이다. ‘빈손 특검’으로 수세에 몰린 민주당은 이 시점에서 건강보험 문제가 부각되자 내심 반색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에서 공화당 의원들과 회의 전 “공화당은 곧 ‘건강보험 정당’으로 알려질 것”이라며 “지켜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그는 공화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건강보험 이슈를 이끌 것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오바마케어 폐지 방침을 확고히 한 것이다. 그는 2016년 대선 때부터 오바마케어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건강보험개혁법 폐지안은 지난해 별세한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을 포함한 일부 공화당 인사들의 반대로 번번이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오바마케어를 없애고 싶다는 뜻을 항상 분명하게 밝혀왔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법무부도 트럼프 행정부의 오바마케어 폐지 방침에 가세했다. 법무부는 전날 건강보험개혁법이 전면 무효화돼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항소심 법원에 제출했다. 텍사스주 포트워스 연방지방법원은 지난해 12월 전 국민 의무가입 조항을 근거로 오바마케어 자체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뒤 항소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당초 미 법무부는 이 제도 중 일부 조항만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의견서 제출을 기점으로 법무부마저 오바마케어 전면 폐지 쪽으로 돌아서게 됐다.

특검 수사 결과에 대한 역풍으로 수세에 몰렸던 민주당은 건강보험 이슈가 떠오르자 은근히 반기는 눈치다.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케어 폐지를 추진하면 민주당은 미국 국민을 위해 이를 사수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케어의 혜택을 모두 없애기로 결정했다”며 “공화당은 건강보험 파괴 시도를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NYT는 “미 법무부의 의견서 제출은 민주당에는 아주 시의적절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에 정치적 선물을 안겼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은 민주당에 유리한 고지를 내준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톰 리드 공화당 하원의원은 “형편없는 정치적 행보”라며 “국민들은 불공평하게 건강보험을 잃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화당이 해야 할 일은 건강보험 체계를 파괴하는 게 아니라 고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전 콜린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법무부에 매우 실망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은) 정도를 넘어섰다. 아주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거부하는 의회 결의안은 결국 하원을 통과하지 못했다. 미 하원은 26일 이 결의안에 대한 재의결을 추진했지만 표결 결과 찬성 248표, 반대 181표가 나와 42표차로 의결 정족수를 넘지 못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 수사 결과에 이어 또 다른 승리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