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어야, 광어야! 연어에 밀려나 슬픈 ‘귀족 물고기’

입력 2019-03-28 04:01

“‘어디는 광어다. 어디는 도다리다. 잡어다’ 이런 얘기 들었지요?” 2017년 박상기 법무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갑자기 생선 이름이 줄줄이 튀어나왔다. 당시 박 후보자가 “듣지 못했다”고 답하자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 내에는 다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TK(대구·경북) 중에서 경북고 출신은 광어, 그냥 TK는 도다리, 나머지는 잡어”라고 설명했다.

학연·지연 대신 능력 위주로 검찰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는 과정이었지만, 언급된 은어는 더 이상 정확한 비유가 아니게 됐다. 광어가 헐값이 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27일 ‘제주지역 양식광어 가격 큰 폭 하락’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지난달 산지가격은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당 8869원으로, 2014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이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에 비해 무려 23.6% 떨어진 가격이다.

광어의 지위는 국내 소비, 대일(對日) 수출의 감소와 함께 빠르게 하락했다. 소비 감소의 근원적인 원인은 위생을 두고 불거진 의구심이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6월 부산지역 광어 양식장에서 기준치를 넘는 수은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2016년에는 제주지역 광어 양식장이 수조 소독 등을 위해 공업용 포르말린을 사용한 사실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안전성 문제로 광어 소비가 줄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제주지역 광어의 수출물량은 전년 대비 15.2% 감소했다. 광어 양식어가의 출하 부진은 치어 판매량 감소로 이어지며 악순환되고 있다.

반면 광어에 밀려 뒷전이던 연어와 방어가 식탁에 자주 오르고 있다. 노르웨이산 연어, 일본산 방어 수입량이 약진 중이다. 지난해 횟감용 연어와 방어 수입량은 각각 2만4058t, 1574t이다. 2014년과 비교해 각각 2.5배, 8.7배다. 수입량에서 보이듯 방어보다는 연어가 더 큰 위협이다. 오메가3 함유량이 높은 연어는 해외에서 ‘브레인 푸드’로 불리며 각광받고 있다. 스테이크 등 고급요리에 쓰이면서도 가격은 저렴해 “연어는 1970년대의 대구 같은, 모두의 메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국에서도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연어 전문식당이 늘고 있다. 1980년대까지 그저 수출 목적의 가공 원료로 수입되던 연어라는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다.

한은은 앞으로 제주산 양식광어의 가격 하락이 완화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이 적극적인 광어 수급관리 대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횟감시장의 트렌드 변화, 수출 부진 등 구조적 요인을 개선하지 않으면 본격적인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한은은 지적했다.

광어가 ‘국민 횟감’의 자리를 되찾으려면 결국 생산비 절감형 양식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우량종자 개발 노력과 함께 고비용 생산구조를 개선한 ‘스마트 양식’ 도입이 필요하다고 해양수산개발원은 강조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