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악몽 벗고… ‘황혼’에 불타는 콸리아렐라

입력 2019-03-27 19:28
이탈리아 축구 국가대표팀의 파비오 콸리아렐라가 27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파르마에서 열린 유로 2020 예선 조별리그 J조 2차전 홈경기에서 리히텐슈티인을 상대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30대 중반에 최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파비오 콸리아렐라(36·삼프도리아)가 또 하나의 기록을 달성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넘어서는 득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데 이어 이탈리아 대표팀 최고령 골 기록도 갈아치웠다. 개인적인 시련을 극복하고 이룬 성취라 남다른 의미가 있다.

콸리아렐라는 27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파르마에서 열린 유로 2020 예선 조별리그 J조 2차전 홈경기에서 리히텐슈티인을 상대로 페널티킥 2골을 터뜨렸다. 콸리아렐라는 이 골로 자국 대표팀 최고령 골 기록을 36세 54일로 늘렸다. 기존 기록은 크리스티안 파누치가 갖고 있던 35세 62일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에서 한참 아래인 팀을 상대했고, 페널티킥 골이긴 하지만 콸리아렐라에겐 큰 의미가 있다. 1999-2000 시즌 토리노를 통해 성인 무대에 데뷔한 콸리아렐라는 지난 시즌부터 기량이 만개했다. 그는 지난 시즌 세리에A에서 19골을 기록하며 득점 순위 4위에 올랐다. 올 시즌엔 21골로 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특명을 받고 세리에A로 건너온 호날두(19골)보다 2골이 더 많다. 지난 1월엔 가브리엘 바티스투타가 갖고 있던 세리에A 최다 경기(11경기) 연속골 기록과 동률을 이루기도 했다.

2007년 3월 유로 2008 예선을 통해 대표팀에 데뷔했지만 ‘아주리군단’ 고정 멤버는 아니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26경기에서 7골을 기록했다. 올 시즌 리그에서의 활약으로 로베르트 만치니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아 4년 만에 대표팀에 합류했다. 2014년 9월, 2015년 10월에도 대표팀에 뽑히긴 했으나 경기에 나서진 못했다. 지난 24일 핀란드와의 유로 2020 조별리그 첫 경기에 교체 출전한 것이 2010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대표팀 경기에 나선 것이었다. 대표팀에서 골을 넣은 것도 그때 이후 리히텐슈타인전이 처음이다.

특히 이 같은 성취는 말 못할 고통의 시간을 보낸 이후 나온 것이라 더욱 값지다. 콸리아렐라는 2009년 6월 고향인 나폴리로 이적했지만 한 시즌 만에 유벤투스로 팀을 옮기게 됐다. 뒤늦게 드러난 사실이지만 콸리아렐라는 나폴리 이적 후 스토커로부터 자신에 대한 비방 및 살해 협박이 포함된 메일을 받았다. 그의 가족과 구단에도 유사한 메일이 전해지는 등 고통스러운 나날이 지속됐다. 구단이 그의 이적을 결정한 것 역시 스토킹이 주된 이유가 됐다. 계속되던 고통은 2017년 2월 범인에 대한 형이 확정되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그의 피해사실 역시 이때 알려졌다. 나폴리 이적 후 알게 된 전직 경찰이 범인으로 밝혀져 그의 충격은 더했다.

이러한 사정을 아는 현지 팬들은 후반 27분 그가 교체돼 경기장을 나갈 때 기립 박수를 보냈다. 콸리아렐라는 경기 후 “‘오늘밤은 너의 것이니 너가 차라’며 페널티킥 기회를 준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