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주가에… 속타는 금융사 수장들

입력 2019-03-27 18:31

“주가 하락은 정말 송구스럽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본래의 모습(가격)을 찾아갈 겁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KB금융 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낮은 주가를 해명하라는 주주들에게 이렇게 답했다. KB금융은 지난해 3조원을 넘는 순이익을 거두며 2년 연속 ‘3조원 클럽’에 입성했다. 그럼에도 주가는 1년 새 35%가량 하락했다. 지난해 1월 6만9000원에 이르렀던 주가는 4만1450원까지 떨어졌다. 윤 회장은 “과감한 인수·합병(M&A)으로 경쟁력을 높여 주가 펀더멘털(기초체력)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지주들이 은행을 중심으로 역대급 실적을 거뒀음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주가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4대 금융지주(신한·KB·하나·우리금융그룹)의 주가는 1년 전과 비교하면 20% 안팎으로 내려간 상태다. 올해 들어서도 은행주들은 3.5% 떨어졌다. 코스피지수 수익률과 비교하면 8.6% 포인트나 낮다. 금융지주들의 주가는 보유한 자산 가치보다도 낮게 평가받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으로 금융지주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1배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0.50배)보다 낮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요즘 회장과 은행장 머릿속에는 주가 부양 고민으로 가득한 것 같다”고 전했다.

경영진은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팔을 걷어붙였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 25일 자사주 5000주를 사들였다. 손 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올해만 두 번째다. 지성규 KEB하나은행장도 취임 직후인 지난 22일 하나금융지주 주식 4000주를 매입했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지난 12일 KB금융지주 3062주를 사들였고, 윤 회장은 2015년 회장 취임 이후 모두 14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주들에게 책임경영 의지를 밝히고 주가가 실적 대비 저평가됐다는 점을 보이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서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