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찬씨를 DJ로 강력하게 추천했어요. 막상 같이 일을 하게 되니 기대 이상이더군요. DJ계의 김연아라고 부르고 싶어요. 목소리, 호흡, 청취자에 대한 태도…. 전부 훌륭해요.”
최근 만난 ‘매일 그대와 조규찬입니다’ 연출자인 이정윤 PD는 프로그램 진행자인 가수 조규찬(48)을 이렇게 평가했다. 이 PD는 “청취자들, 동료 PD들도 조규찬씨 칭찬을 많이 한다”며 “라디오 진행자가 갖춰야 할 모든 조건을 지닌 DJ”라고 치켜세웠다.
이 PD를 만난 곳은 조규찬이 막 생방송을 마친 서울 여의도 KBS의 라디오 부스였다. 조규찬은 배우 최수종의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해 10월부터 ‘매일 그대와…’를 진행하고 있다. KBS 제2라디오를 통해 매일 오전 9~11시에 전파를 타는 프로그램이다. 조규찬은 “DJ를 맡아달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 굉장히 기뻤다”며 말문을 열었다.
“30년 동안 음악을 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음악을 잘 안 챙겨 듣는구나.’ 실제로 제가 작업한 음악만 반복해서 듣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라디오를 진행하면 매일 2시간은 음악을 들어야 하잖아요. 바로 이 점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오전 9시에 시작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아침형 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조규찬은 매일 아침 6시20분쯤 일어나 8시 전에 KBS에 도착한다. 조규찬은 “한 시간 동안 그날 방송의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 원고를 읽고 또 읽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느낀 보람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잖아요. ‘일상성’에 매몰되면 중요한 걸 잊고 살아가게 되죠. 하지만 청취자들 사연을 읽으면서, ‘활자’로 저한테 띄운 일상을 소개하면서 많은 걸 느끼게 돼요. 청취자들의 마음, 청취자들이 가족이나 지인과 주고받는 사랑…. 이런 것들을 되새기게 되죠.”
1989년 제1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무지개’로 금상을 받으며 데뷔한 조규찬은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만들어온 뮤지션이다. 세련된 멜로디와 호소력 짙은 음색, 감성의 결을 세세하게 그려내는 보컬 실력은 그 누구와 견줘도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조규찬은 한동안 활동이 뜸했었다. 2009년 9집 음반을 내놓고 이듬해 미국 유학을 떠난 뒤 2013년 귀국했지만 새 음반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그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한 건 지난여름부터였다. 조규찬은 지난해 7월부터 매달 신곡을 한 곡씩 내놓고 있다.
“유학을 마치고 활동을 다시 시작하려고 했는데, 소속사와 계약도 끝났고 가요계도 ‘음반’보다 ‘음원’ 중심으로 바뀌었더군요. 좀 더 음악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쉼표’를 찍었던 게 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어느 순간부터 가슴에서 나오는 곡들을 발표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올해 그는 데뷔 30주년을 맞았지만 특별한 이벤트를 계획하진 않고 있었다. 그는 “30주년이라는 숫자에 큰 의미를 두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30년간 음악을 했지만 30년 내내 음악만 한 건 아니었어요. 방송 활동처럼 ‘외도’도 많이 했죠. 스스로 꽃가루를 뿌리면서 무대에 서면 겸연쩍을 거 같아요. 일단 매달 신곡을 발표하는 일을 계속하는 게 현재 저의 계획이에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