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14일 2차 대전이 종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그 수많은 인파 중 간호사 이디스 셰인이 있었다. 그녀는 종전의 기쁨에 취해 타임스스퀘어에 나온 한 수병으로부터 기습 키스를 받았다. 라이프 매거진 사진기자는 키스하는 남녀의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은 ‘수병과 간호사 키스’로 뉴욕타임스에 게재되었다.
왜,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에서 촬영된 ‘수병과 간호사 키스’ 이야기를 하는가. 이들의 사진은 1945년 8월 14일이라는 역사적인 순간, 타임스스퀘어가 어떤 곳이었는지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어서다. 바로 장소성이다. 그 장소가 갖는 그 순간의 역사성을 장황한 말이 아닌, 하나의 이미지로 상징하고 있어서다.
이제 말을 돌려보자. 광화문광장을 새롭게 조성한다고 한다.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의 옛 모습은 지금과 다르다. 광화문 앞에 월대가 있었다. 옛 모습을 복원해 광화문광장이 갖는 역사성, 사회문화적 의미, 삶의 터전으로서 이곳을 찾는 서울시민과 관광객에게 더 나은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그런데 광화문광장 설계 당선작이 선정되면서 ‘왜 광화문광장을 조성하는 거지?’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세종대왕 동상과 이순신 장군 동상의 위치를 변경하는 설계안이 채택되어서다. 물론 서울시는 이 당선작이 선정되었지만 이대로 시행하는 것은 아니고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최종적으로 설계가 확정될 거라고 했다.
광화문광장이 어떤 곳인지 모르는 무지몽매한 사람들의 설계안이라고 화가 난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자리 잡는 순간, 광화문광장은 이순신 장군의 광장이었고, 세종대왕 동상이 자리 잡는 순간 광화문광장은 민의를 바로 새기고자 하는 상징의 공간이었다. 또한 촛불과도 무관하지 않다.
새롭게 조성하는 광화문광장은 광장이 갖는 장소성에 더 주목해야 한다. 주위에 산재한 역사문화 관광자원과 어떻게 연계해야 할지, 새로운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수없이 만들어갈 수 있을지, 미래 세대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곳이어야 할지, 담대한 시각에서 살아 숨 쉬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마치 타임스스퀘어에서 남긴 종전 키스 사진처럼.
한범수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