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16분 황의조가 측면으로 파고드는 손흥민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줬고, 손흥민은 지체 없이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콜롬비아의 이반 아르볼레다 골키퍼가 쳐내려고 시도했지만 공은 손을 맞고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벤투호에서 처음으로 득점에 성공한 손흥민은 양손을 들어 하트 세리머니를 펼쳤다.
최전방에 손흥민을 앞세운 한국 축구 대표팀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2대 1로 이겼다. 볼리비아전 승리에 이어 아시안컵 8강 탈락을 털어내는 기분 좋은 A매치 2연승이다. 특히 그동안 이란 대표팀을 이끌며 한국 대표팀에 4승 1무를 거둔 ‘천적’ 카를로스 케이로스 콜롬비아 감독에게 처음 승리를 거두는 기쁨도 누렸다. 6만4388명의 관중이 찾아 만원을 이룬 경기장은 붉은 물결로 넘실거렸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2경기 연속 손흥민을 최전방에 배치했다. 손흥민 곁에는 정통 스트라이커 황의조가 위치했고, 2선에는 이청용, 황인범, 이재성이 포진해 공격을 지원했다. 정우영은 중원에서 경기를 조율하였으며 김민재, 김영권, 홍철, 김문환이 수비라인을 구축했다. 주전 골키퍼 김승규가 장염 증세로 빠지면서 조현우가 8경기 만에 장갑을 끼고 나왔다.
톱에 자리한 손흥민은 자유로운 돌파와 슈팅으로 상대 수비진을 뒤흔들었다. 이른 시간 선제골을 터뜨린 후에도 그는 활동량을 줄이지 않았다. 득점 후 3분 만에 나온 손흥민의 슈팅은 아쉽게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왔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MOM)에 선정됐다.
케이로스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알프레도 모랄레스를 빼고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투입하며 반전을 꾀했다. 묘수는 적중했다. 후반 3분 측면에서 볼을 다투던 루이스 디아스가 각도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찬 절묘한 슈팅으로 동점 골을 뽑아냈다. 득점 후에도 콜롬비아는 계속 압박을 이어갔고, 로드리게스는 드리블로 수비를 흔들며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후반 위기 때마다 수문장 조현우가 빛을 발했다. 로드리게스의 벼락같은 중거리 슈팅을 막아냈고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와의 경합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후반전 내내 주도권을 내준 한국은 결정적인 한 방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후반 13분 이재성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이 골키퍼 손끝을 거친 후 득점으로 이어졌다. 1-2로 뒤진 콜롬비아는 라다멜 팔카오까지 투입하며 공격의 고삐를 죄었다. 후반 추가 시간까지 한국 문전 앞에서 수차례 득점을 노렸다. 특히 경기 종료 직전 콜롬비아가 파상공세를 펼치며 골이 라인을 넘어갔지만 부심이 오프사이드를 선언하며 무위로 돌아갔다. 오프사이드 직전 조현우의 슈퍼세이브가 팀을 구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경기 후 “득점 기회가 2~3번 있었는데 모두 막아낸 골키퍼(조현우)에 대해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번 달 대표팀에 처음으로 소집되며 화제를 모았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듀오 이강인과 백승호는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며 A매치 데뷔전을 미뤘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