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를 이용해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상고심 재판을 권순일 대법관이 맡는다. 권 대법관은 법원이 성폭력 사건을 다룰 때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판결해야 한다는 점을 대법 판결로 처음 판시한 인물이다.
대법원은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상고심 사건을 대법원1부에 배당하고 권 대법관을 주심으로 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권 대법관은 지난해 4월 제자들을 성희롱해 해임된 대학교수의 해임 취소 사건 상고심의 주심을 맡았다. 이 사건에서 권 대법관은 해당 교수를 복직시키라고 판단한 2심 재판부가 ‘성인지 감수성’을 갖추지 못해 잘못됐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당시 재판부는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는 과정에서 2차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 피해자의 처지와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명시했다. 이 같은 ‘성인지 감수성’ 기준이 판시되면서 이후 관련 하급심에서도 이 같은 기준을 인용하는 판결이 잇따랐다.
안 전 지사의 1심(무죄)과 2심(유죄) 재판 결과는 피해자인 김지은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는지에 따라 완전히 달라졌다. 때문에 피해자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는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한 권 대법관이 사건을 맡은 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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