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해진 南北美… 이번주가 분수령

입력 2019-03-27 04:01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남북, 한·미, 북·미 관계는 한 달간 겉돌고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어그러지면서 남북 경제협력 추진 동력이 사라지고, 대북 인식차 때문에 한·미 균열은 점점 커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남·북·미는 교차 물밑접촉을 통해 ‘포스트 하노이’ 국면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은 여의치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간의 물밑 움직임이 가시화될 이번 주가 북·미 협상 재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22일(현지시간) ‘추가 제재 철회’ 메시지가 새판 짜기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미 재무부가 지난 21일 대북 제재 조치를 발표하고,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하면서 깨지는 듯했던 대화 판이 일단은 유지됐기 때문이다. 북·미는 그동안 하노이 회담 결렬 책임을 상대에게 넘기며 말 공방을 벌여 왔다. 그러다 서로 하나씩 액션을 주고 받으며 긴장이 고조됐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으로 숨통이 트인 것이다.

정부는 이런 흐름을 살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단 한·미는 오는 29일 워싱턴에서 외교장관회담을 여는 일정을 최종 조율 중이다. 강경화 장관은 이날 오전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평화유지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곧바로 워싱턴으로 건너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과 북한 동향을 공유하는 동시에 최근 불거진 한·미 관계 이상설을 잠재우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두 장관이 만난 계기에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일정이 자연스럽게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26일 “한·미 간 이견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앞으로 놀랄 만한 이벤트들이 계속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한·미, 남북 간 순서를 따지기보다 철저하게 실리 위주로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움직임도 분주하다. 국무부는 이날 비핵화 실무협상을 주도하는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중국 방문을 공식 확인했다. 그의 방중이 ‘제재 공조’에 무게가 실렸다는 평가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제재 중단 방침을 밝힌 만큼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도 당부했을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가 조만간 평양을 방문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관건은 북한의 태도 변화다. 북한으로선 핵·미사일 능력을 최고치로 끌어올린 뒤 미국과의 담판에 나선 이상 협상에서 쉽게 발을 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지난 15일 평양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스냅백’(제재를 해제하되 핵 활동 재개 시 제재 복원) 제안을 공개한 것은 빅딜 대 제재 해제의 구도를 흔들어 협상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단 지금의 대치 국면이 올해 상반기를 지나서까지 풀리지 않으면 북한이 미사일 실험 재개 등 모종의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지금 북한에서 나오는 말이 아닌 그들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미국은 빅딜 기조를 유지하면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재개했을 때 대응 방안도 이미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권지혜 이상헌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