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26일 예고 없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발의된 여당 안에 비해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은 더 축소하고, 경찰에 대한 검찰의 사법통제 권한은 더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검·경에 대한 대통령 인사권을 제한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한국당이 자체 수사권 조정안을 내놓은 데는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논의 중인 선거제 개편·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연계 패스트트랙(안건의 신속처리) 협상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있어 보인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재수사 등 야당을 겨냥한 최근의 수사기관 움직임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당 사법개혁특별위원장인 권성동 의원은 형사소송법·검찰청법·경찰법·정부조직법 개정안 및 국가정보청법 제정안 등 이른바 ‘검·경 수사권 조정 5법’을 당론으로 발의한다고 밝혔다.
조정안은 경찰이 기본적으로 1차 수사를 담당하고, 검찰은 기소권과 수사통제권(수사요구권)을 행사하도록 했다. 정부의 검·경 수사권 합의안을 토대로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내용과 총론에서 유사하다. 다만 여당 안이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등 중요범죄’의 경우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한 반면, 한국당 안은 수사 주체와 수사 범위를 더욱 줄이고 구체화했다. ‘30대 대기업’ ‘5급 이상 혹은 선출직 공직자’ ‘주가조작 행위’ 등에 한해 전국 6개 검찰청에서만 소수 인원을 투입해 수사하는 식이다. 권 의원은 “아주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면 검찰은 수사를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대신 검찰이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권 및 불응 시 징계·처벌 등 제재 권한을 갖도록 했다. 여당 안의 ‘보완수사 요구권’에 비해 검찰의 지휘권을 크게 강화한 것이다.
한국당은 이에 더해 경찰은 고소·고발이 취소된 사건에 대해서만 수사 종결권을 갖고, 경찰 조직을 행정·사법·정보경찰로 분리토록 했다. 검찰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와 경찰위원회의 구성 방식을 다양화하고, 위원수를 확대해 청와대의 인사 관여 여지를 줄인 것도 특징이다. 권 의원은 “여권 안은 인사권으로 검·경을 장악한 뒤 사정 드라이브를 통해 정권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여당이 사활을 걸고 있는 공수처 신설안에 대해서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보유한 제2의 검찰”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국회 사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백 의원은 “한국당이 이제 와 조정안을 내놓은 것은 패스트트랙을 깨려는 목적”이라며 “이미 패스트트랙 논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한국당 안의 옳고 그름을 논할 가치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호일 김판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