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수로 힘들데이.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힘들고 나아질 기미가 도저히 안 보인데이. 내 누가 돼도 달라질 게 없다고 봐.”
26일 창원 반송시장. 30년 넘게 분식점을 운영 중인 서모(65)씨는 선거 전망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서씨는 정부 비판 칼럼을 읽던 중이었지만, 여야 모두에 실망한 모습이었다.
경남 창원 성산 유권자들은 한결같이 어려워진 지역경제 이야기로 말문을 뗐다. 남산동에서 12년째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양모(44)씨는 “최근 1년 새 경기가 눈에 띄게 나빠졌다”며 “매출이 전에 비해 반토막났다”고 했다. 이어 “편의점을 운영했던 시누이는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올해 문을 닫았다”며 “나도 곧 가게를 내놓으려 한다”고 말했다. 성산동 LG전자에 다니는 남편을 둔 임모(33)씨는 “(새 아파트 단지) 유니시티 1만 가구가 들어오면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하락해 젊은 부부들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뭐니뭐니해도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이라는 게 유권자들의 목소리였다.
창원은 한때 조선, 중공업으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높아진 실업률과 업황 부진이 겹치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두산중공업과 300개에 달하는 협력업체들이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게 현지 주민들의 주장이다.
후보들도 ‘경제’로 맞붙었다. 각 후보가 본인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 적임자라고 강조하며 경기 침체의 책임을 서로에게 물었다. 더불어민주당과의 단일화에서 승리한 정의당 여영국 후보는 “창원 성산이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워졌던 시기가 박근혜 정권”이라며 “이를 망각한 채 책임을 ‘문재인 좌파정권’으로 돌리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여 후보는 이날 오전 법원사거리에서 심상정 의원과 함께 거리유세를 펼쳤다. 여 후보는 정의당을 상징하는 노란색 넥타이와 신발을 신고 바삐 뛰며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유세차에 적힌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단일 후보’ 문구가 눈에 띄었다.
강기윤 자유한국당 후보는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강 후보는 “지금은 개성공단보다 창원공단이 먼저”라며 “인기영합주의와 북한 문제에 매몰된 문 정부 정책으로 창원 경제가 ‘폭망’하게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유세에는 황교안 대표도 함께했다.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는 민주당과 정의당의 후보 단일화다. 평가는 엇갈렸다. 택시기사 정모(56)씨는 “어쨌든 자기네들끼리 ‘짬짜미’한게 아닌가”라며 “판을 열어봐야 알끼다”라고 했다. 하지만 반대로 “늦게나마 힘을 하나로 합쳐 한국당에 대항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고(故) 노회찬 의원을 그리워하는 목소리는 여전했다. 처음 투표권을 행사할 대학생 김모(19)씨는 “노 의원의 뜻을 이어갈 수 있는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마켓 사장 양씨도 “원래 애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돌아간 후에 애틋함과 그리움이 오히려 커졌다”고 말했다.
창원=글·사진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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