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 vs “정부 견제”… 40여m 거리 두고 사자후

입력 2019-03-27 04:05
경남 통영·고성 4·3 보궐선거에 출마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6일 고성시장 인근에서 유세차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양문석 선거캠프 제공

“경기가 정말 말도 아입니더. 문재인 대통령 찍었는데 하는 거 보니 진짜 아입니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느낌입니더.”

4·3 보궐선거를 1주일여 앞둔 26일, 경남 고성군에서 만난 택시기사 신모(61)씨는 연신 한숨을 내뱉으며 지역경제의 붕괴를 걱정했다. 선거가 치러지는 통영·고성에서는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정점식 자유한국당 후보가 민생 경제를 쟁점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 후보는 오전 고성시장 근처에서 열린 후보자 연설에서 “이른 아침 우리 당 황교안 대표를 모시고 만난 통영 성호시장 상인들은 다들 ‘지금처럼 살기 어려운 때가 없었다’고 했다”며 “모두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들이 왜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권 교체를 외치냐고 묻는다”며 “제 답은 창원 성산, 통영·고성에서 한국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하지 않으면 이 정부가 조금도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경남 통영·고성 4·3 보궐선거에 출마한 정점식(오른쪽 사진 가운데) 자유한국당 후보가 황교안 대표와 함께 통영 성호시장을 찾아 상인에게 인사하고 있다. 정점식 선거캠프 제공

정 후보가 “자신들이 2년간 잘했다고 오해하는 정부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라도 제게 몰표를 달라”고 외치자, 지지자 100여명은 ‘몰표’를 연호했다.

양 후보도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40여m 떨어진 곳에서 “중앙당에서 예산폭탄을 약속받았다”며 민심에 호소했다. 양 후보는 “한국당은 정부가 통영·고성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거짓말”이라며 “4만개나 됐던 고성 일자리를 2009년부터 차근차근 빼앗아 간 것은 이명박·박근혜정부”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임자 이군현 한국당 의원이 도둑질하다 의원직을 잘려 보궐선거를 하는데 황교안도, 정점식도, 그 누구도 사과하지 않는다”며 “저들과 싸우지 않겠다. 어떻게든 잃어버린 4만개 일자리 중 올해 안에 1만개라도 되살리겠다”고 주장했다. 캠프 관계자는 “통영 성동조선소 부지에 새로운 중형 조선소를 유치해 일자리 1만개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군민 반응은 엇갈렸다. 고성시장 상인 임모(47)씨는 “고성은 암흑가가 된 지 오래”라며 “저녁 7시만 돼도 거리에는 사람이 없고, 택시기사들마저 손님이 없어 택시로 폐지를 주우러 다닌다”고 털어놨다. 이어 “여론은 한국당으로 기울었다. 문재인정부가 이북만 지원하고 민심은 돌보지 않는다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한모(57)씨는 “지역경기가 안 좋아진 이유는 조선소가 사라지며 일자리가 줄었기 때문”이라며 “이제 2년 된 현 정부만 탓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도지사, 군수, 군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에 힘을 실어줬던 만큼 성과를 체감하려면 좀 더 믿음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후보는 통영과 고성 사이 미묘한 소지역주의를 놓고도 경쟁하고 있다. 정 후보는 고성, 양 후보는 통영 출신이다. 한국당은 고성 민심이 이미 자당 쪽으로 상당히 기운 만큼 고성에서 압도적인 표를 획득해 전체 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인구가 배 가까이 많은 통영에 상대적으로 자당이 강세를 보이는 청년층이 많은 만큼 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통영 유권자는 10만9550명, 고성은 4만6101명이다.

고성=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