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성중길 나눔교회(조영민 목사)는 지역 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동네교회’다. 최근 3년 사이 성도가 160여 명에서 350여 명으로 늘었다. 전도에 주력해서 성도가 증가한 게 아니다. 지역사회의 필요를 늘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맺어진 열매다. 지난 24일 교회를 방문했다. 교회학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청년들이 정성을 다해 예배드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교회의 건강함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목양실에서 조영민(43) 나눔교회 목사를 만나 그 비결의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교회가 마을 안에 있는데 지역교회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동네교회로서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조 목사는 2015년 12월 담임목사로 부임한 직후부터 이 같은 고민을 했다. 내수동교회 분당우리교회 등 대형교회에서 10년 가까이 청년 사역을 할 땐 하지 못했던 고민이었다.
부임 당시 교회는 영적으로 침체한 상태였다. 8개월간 담임목사가 없었고 재정적 압박이 심했다. 이단 교회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분위기 쇄신이 필요했다.
고민에 답을 얻기 위해 조 목사는 인근 지역을 조사하고 지역민들을 만났다. 마포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난 장애인들이 눈에 띄었다. 많은 이들은 휠체어를 타고 다녔는데, 건물 입구의 문턱 때문에 교회 다니는 게 힘들다고 했다. 인근엔 장애인 사역을 하는 교회가 없었다.
‘장애인을 섬기는 게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 아닐까.’ 교회 입구의 턱을 없애고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기 쉽도록 공사했다. 또 장애인들이 예배하고 교제하는 공간을 교회 외부에 따로 만들었다. 휠체어를 타고 지하나 지상으로 이동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도 만들었다. 장애인들은 외출했을 때 전용 화장실이 없으면 급한 용무를 보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외출하면 물도 제대로 마시지 않는다. 체계적인 사역을 위해 장애인 부서를 만들어 전담 사역자와 안수집사를 세웠다.
장애인들은 뛸 듯이 기뻐했다. 두 명에 불과한 장애인 성도들은 주변에 입소문을 냈고 현재는 10여 명이 출석해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영아부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이 지역을 보니 20평(66.1㎡)에 사는 신혼부부와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 많았어요. 출근 시간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엄마들을 보면서 교회가 할 일이 영유아 사역이라고 생각했죠. 아이들이 어릴 때 부모는 ‘영적 암흑기’를 경험하거든요. 아이를 돌보며 예배를 함께 드리니 은혜를 받기 쉽지 않죠. 평소 몸과 마음이 지쳐있고, 밥 한 끼 제대로 차려 먹는 것도 힘들죠. 가장 도움이 필요한 아기 엄마들을 세울 필요가 있었어요.”
부임 당시 교회에 있는 아기는 3명뿐이었다. 영아부를 신설하고 교사들을 모집했다. 조 목사는 아내 한영미 사모를 전담 사역자로 세웠다. 한 사모는 매주 목요일 오전 ‘엄마 성경공부’를 인도한다. 영적으로 돌봄이 필요한 아기 엄마들을 격려하고 말씀으로 채워주는 것이다. 아기와 함께 참석하는 엄마들은 이 모임에서 많은 위로를 받는다. 권사회에서는 엄마들을 위해 음식 제공을 한다. 엄마들의 고민에 공감해주니 어느새 교회는 아이들로 북적거리게 됐다. 영아부와 유치부에 50여 명이 출석한다.
조 목사는 “성경공부 등을 통해 네트워크가 생긴 아기 엄마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길 꺼린다. 어떻게든 교회를 중심으로 주거를 결정하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지역과 함께하는 교회 사역의 가치를 나누다 보니 성도들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한 성도는 교회 인근에 사는 아파트 단지의 회장 선거에 출마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방송프로그램에 아파트 임원들의 부정과 비리로 보도된 적이 있었다. 성도는 크리스천으로서 마을의 정직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조 목사는 “성도가 좋은 정치를 하겠다고 선거에 나가니 같은 아파트에 사는 성도들이 적극적으로 밀어줬다”면서 “성도는 아파트의 부정부패 문화를 일소하는 데 역할을 했다. 이전보다 아파트 분위기가 훨씬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지역민을 위해 북콘서트와 음악회를 열고 지역민에게 공간을 대여해주는 등 지역민에게 필요한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문화 사역을 할 땐 직접 복음을 전하는 내용보다 일반인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다.
“나눔교회 이야기가 다른 교회에 도전이 됐으면 합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가능성을 전하고 싶어요. 대형교회에 대한 지역 교회들의 패배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동네교회는 동네교회로서 역할을 하면 됩니다. 하나님이 교회 안에서 일한다는 확신을 하고 많은 중소형교회가 다시 도전하고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이 분명히 보일 것입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