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사롭지 않은 비건의 방중 행보, 북 리수용도 26일 베이징 도착

입력 2019-03-26 19:28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실무대표인 스티븐 비건(사진) 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비공개로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관계자들과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의 역할이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 트위터에 ‘추가 대북제재 철회 지시’를 거론한 뒤 24일 비건 대표가 방중하고 북한도 25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수 인력을 다시 복귀시키는 등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비건 대표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제재 철회’ 트윗 이틀 후 중국을 방문했다. 미 국무부는 비건 대표의 방중 사실을 알리지 않다가 언론 보도가 나온 뒤에 “비건 대표가 베이징에 있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비건 대표는 25일 주중 미국대사관에 들러 숙소로 돌아오는 장면이 취재진에 포착되기도 했다.

비건 대표가 26일에는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 등과 만나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응 방안을 협의하고, 중국에 유엔 대북제재를 계속 유지해 달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대표는 지난 14일 뉴욕에서 각국 대사들에게 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한 데 이어 19일부터 영국 런던에서 영국·프랑스·독일 정부 당국자들과 만난 뒤 중국을 방문했다.

특히 리수용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이 라오스 방문을 위해 26일 베이징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비건 대표와 접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두 사람은 비핵화 협상의 카운터파트는 아니지만 어떤 식으로든 접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특히 비건의 중국 방문 시점은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 왕이 외교부장 등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유럽 순방을 수행하느라 자리를 모두 비운 상태여서 비건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철회를 지시한 제재는 중국 해운회사 2곳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새로 부과하는 제재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추가 제재 철회’는 유효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전에 가한 제재는 확실히 그대로 있다”며 “대통령은 지금은 추가 제재 필요성이 없다고 느낀다. 그 외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장롄구이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이 공개된 적이 없는 북한 핵시설 리스트를 제시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충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4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김 위원장은 미국이 지하시설을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회담에서 북한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느끼고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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