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립유치원 사태 등으로 보육의 공공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부가 국공립어린이집을 대폭 늘리고 있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겨야 하는 부모들도 반기고 있다. 하지만 국공립어린이집들 가운데 몇몇 곳에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공립어린이집을 위탁 운영하는 일부 민간 출신 원장의 횡포가 주된 이유다.
지난해 문을 연 강원도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에서는 여태까지 보육교사 9명이 일을 그만뒀다. 이곳에서 일했던 보육교사 A씨에 따르면 민간 어린이집 출신인 B원장은 교사들에게 근로계약서를 흔들며 “내가 3개월 안에 자를 수 있어”라며 협박성 발언을 일삼았다. 선생님들에게 “머리를 묶어라” “화장해라”고 지시하는 등 사적인 부분까지 간섭을 했다. 교사들에게 학부모의 수준을 운운하며 원생을 차별하는 발언도 했다. A씨에 따르면 B원장은 애초 위장 전입으로 원장 자리에 공모한 타 지역 사람이었다. A씨는 동료 교사들이 그만둔 뒤 시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이 사실은 다음 날 곧장 B원장에게 알려졌다.
서울 금천구 한 국공립어린이집에 지난해 아이를 보냈던 C씨는 아직도 지난 일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지난해 8월 C씨의 아이는 이 어린이집에서 일했던 보육교사로부터 정신적 학대를 받았다. C씨 부부는 처음에는 교사의 사과만 받고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일을 키운 건 D원장이었다. 다른 보육교사와 C씨 부부에 따르면 D원장은 보육교사에게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C씨의 자녀에게 무릎 꿇고 사진을 찍어야 C씨 부부가 용서를 해준다는 조건을 달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실제로 아이들 앞에서 무릎을 꿇은 사진을 찍은 보육교사는 모멸감을 느껴 어린이집을 그만뒀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D원장은 C씨 부부와 아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식의 발언을 퍼뜨렸다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D원장은 자신을 향해 민원제기했던 보육교사를 아동학대를 했다며 트집 잡아 해고한 이력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민원과 검찰 조사까지 진행 중이던 지난해 10월 D원장은 손쉽게 구청으로부터 재위탁을 받았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6년 12월 기준 전체 국공립 3034개 어린이집 중 97.2%가 위탁 형태다. 이 중 55.7%가 원장 개인에게 운영을 위탁하고 있다. 주관부서인 보건복지부는 매년 국공립어린이집을 550개씩 확충하기로 지난달 28일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25% 수준인 공공보육 이용률을 2021년에 4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문제는 국공립어린이집을 위탁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계속 발생해 왔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달에는 국고 보조금을 유용한 경력이 있는 원장이 브로커를 통해 대리 원장을 내세워 국공립어린이집 원장을 따내 다시 보조금을 유용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정치권의 유착으로 원장 위탁이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정치하는엄마들의 장하나 활동가는 “시·구 위원들과 가까워서 당선에 도움을 준 사람들이 원장이 되는 등 위탁에도 안 보이는 입김이 작용한다”면서 “위탁 방식 자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2015년 제정된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에는 “(국공립어린이집의 원장) 위탁과 관련한 모든 절차, 방법 및 심의 결과는 공개한다”고 규정돼 있으나 지자체 대부분은 심의 결과와 일반적인 절차를 공개하는 데 그친다. 회의록도 공개가 안 되고 심의에 참여한 위원의 명단도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공개되지 않는다.
조효석 박세원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