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시절 정제되지 않은 말과 글을 쏟아냈던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깊이 반성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 내내 자세를 낮추고 표현을 가다듬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과거 막말 논란을 두고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마디로 경박하고 천박하다”고 일갈하자 김 후보자는 “지명 이후 제 인생을 냉철하게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도 언동에 대해 조심하도록 하겠다”며 재차 사과했다. 왜 과거 발언을 철회하느냐는 질문에는 “학자의 언어와 공직자의 언어는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우발적 사건’이라고 하거나 북한의 사과 없이 5·24 조치(2010년 천안함 폭침에 따른 대북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한 과거 발언이 부각되면서 일각에서 통일부 장관으로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그는 또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2015년 해병대를 방문했을 때 “군복 입고 쇼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더불어민주당이 2016년 영입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씹다 버린 껌”이라고 표현했다. “남한의 북방한계선(NLL) 고수가 철회돼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
김 후보자는 “NLL 문제, 금강산 관광 문제에 대해선 발언의 취지가 조금 잘못 알려진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NLL은 북방한계선을 지키면서도 서해 평화협력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고,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은 초기부터 사과와 진상조사,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관되게 말씀드린 바 있다”고 해명했다.
금강산 관광 중 피살된 고 박왕자씨에 대해선 “유족에게 다시 깊은 애도를 표한다. 그런 비극적 사건의 재발 방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언론에 기고한 칼럼에서 “총격 사건으로 관광객이 사망하는 사건·사고들, 일찍 시작했어도 우리가 겪어야 할 통과의례였다”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라면 차라리 일찍 겪는 게 낫다”고 했던 것이 문제가 됐다.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청문회 중 “(후보자는) 어떤 사고와 의식을 가지고 그런 말씀을 했느냐”고 말하는 박씨 유가족의 음성을 틀기도 했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도 “과한 부분들이 있었다.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보다 정제되고 신중한 언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가 도입된 2006년 이전 수차례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그는 청문회에서 “2006년 이전에는 꼼꼼히 챙기지 못했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처제 소유의 다세대주택에 임차료를 내지 않고 거주했다는 의혹에 관해선 “가족 간에 특별히 계약서를 쓰지는 않았다. 처제가 미국에 체류하다보니 자료 제출에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심희정 김성훈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