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CBM 동시다발 요격 첫 성공

입력 2019-03-26 20:12
미국이 북한과 이란 등 적대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겨냥한 동시다발 요격(salvo intercept) 실험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동시다발 요격 시스템은 기존 단발 요격과 달리 재진입 장비 등 ICBM의 주요 장비를 집중적으로 타격할 수 있다.

미 미사일방어국(MDA)이 25일(현지시간) 지상기반 미사일 요격(GMD) 시스템의 지상발사 요격미사일(GBI) 동시다발 요격 실험에 성공했다고 디펜스뉴스닷컴이 밝혔다. MDA는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의 지하 격납시설에서 요격미사일을 발사해 6400㎞ 떨어진 마셜제도 콰절린환초의 육군 레이건 시험장에서 쏜 목표 탄도미사일을 요격했다. 수초 간격으로 쏜 2기의 요격미사일이 날아오는 ICBM을 연달아 타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실험에서 먼저 발사된 GBI는 목표물로 설정된 탄도미사일을 궤도상에서 1차로 타격했다. 두 번째 발사된 GBI는 1차 타격된 ICBM 잔해와 파편을 분석해 대기권 재진입 장비 등 치명적인 요소를 재차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

ICBM은 핵탄두를 고정하는 재진입체 보호를 위해 미끼(decoy)를 배치하는 등 온갖 교란장치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동시다발 요격 시스템을 사용하면 ICBM의 교란을 피해 명중률이 높아진다. 새뮤얼 그레이브스 MDA 국장은 “이번 시험은 ICBM을 목표로 한 첫 번째 동시다발 요격”이라며 “중대한 위협에 대해 능력 있는 억지력을 보여준 이정표”라고 말했다.

미국이 북·미 비핵화 협상이 난항을 빚는 시점에 실험을 진행한 것을 두고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은 2017년 11월 ICBM 화성 15형 시험발사 이후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중단했다. 하지만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은 지난 1월에도 새 미사일 방어전략을 발표하면서 “북한 미사일의 미국 본토 공격이 가능한 시간이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 비영리 과학자단체 참여과학자모임의 로라 그레고는 이번 동시다발 요격 실험에 대해 “ICBM 요격 시스템 실험의 성공률이 50%에 불과했던 상황에서 극비리에 진행된 이번 실험의 수준이 얼마나 높게 세팅됐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는 1999년 이후 17차례 미사일 요격 실험을 진행했지만 2017년 5월에야 처음으로 ICBM급 목표물 요격 실험에 성공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