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초등학생들이 내년부터 한국 영토인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억지 주장이 담긴 교과서로 공부하게 된다. 우리 정부는 즉각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들여 항의를 전달하고 규탄 성명을 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6일 교과서 검정심의회 총회를 열고 도쿄서적, 니혼분쿄출판, 교이쿠출판 등 3개 출판사의 사회과 교과서 12종(3~6학년용)에 대한 검정을 모두 승인했다. 이 가운데 10종에 독도 관련 억지 주장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새 교과서가 사용되는 내년 4월 신학기부터 영토 개념을 본격적으로 배우게 될 초등학교 고학년생들이 독도에 대해 그릇된 교육을 받을 우려가 커졌다.
이번 검정은 2017년 개정된 문부성의 신학습지도요령이 독도와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일본의 고유영토’로 다루도록 하고, 관련 해설서가 독도의 경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라고 기술토록 주문한 뒤 처음 실시된 것이다. 특히 5~6학년용 사회과 모든 교과서에 “한국의 불법 점령에 일본이 계속 항의하고 있다”는 표현을 새롭게 넣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권의 외교적 노력을 부각하는 등 정치적 색깔을 담았다.
나아가 교이쿠출판의 6학년용 교과서는 임진왜란에 대해 ‘국내를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중국을 정복하려고 2차례에 걸쳐 조선에 대군을 보낸 것’이라고 기술해 침략전쟁 사실을 왜곡했다. 도쿄서적 6학년용 교과서는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일본인의 조선인 학살사건을 기술하면서 학살 주체를 적시하지 않고, 희생자 수도 막연히 언급했다.
일본은 2008년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개정하면서 교육 분야에서 ‘영토 도발’을 시작했다. 이후 매년 공개된 교과서 검정 결과에서 독도를 일본 영토로 기술한 교과서가 늘어났고,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내각 발족 이후 영토 도발이 한층 노골화됐다.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에서 “일본 정부가 명백한 우리 고유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을 담은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것을 강력 규탄하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어떠한 부당한 주장에도 단호히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도 대변인 성명을 내고 “일본 정부는 미래 세대에게 부끄러운 역사의 굴레를 씌우지 않도록 독도 영토 주권을 침해한 교과서를 즉각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한국 국립해양조사원의 드론 이용 독도 해양조사 계획에 대해서도 “일본 영해에서 사전 동의 없는 조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의했다.
일본 정부의 잇따른 도발로 최근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관계가 더욱 경색될 전망이다. 지난해 우리 대법원의 신일철주금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화해치유재단’ 해산 공식화, 일본 초계기와 우리 함정 간 위협비행 논란 등을 둘러싸고 격화된 갈등 국면에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아베 총리와 고노 다로 외무상 등 일본 정치권이 한·일 문제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면서 양국은 사안마다 강 대 강으로 충돌하고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의 교과서 도발이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정례화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정부 간 감정적 충돌을 정리할 약간의 냉각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승욱 장지영 이도경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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