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에어버스 300대 구매”… 佛에도 일대일로 손짓

입력 2019-03-26 20:11 수정 2019-03-27 00:08
장클로드 융커(왼쪽부터)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6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 대통령궁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시 주석과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을 하고 다음 달 열릴 EU와 중국의 정상회의 의제를 사전 조율했다. 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프랑스산 항공기 300대 구입 등 40조원어치 선물 보따리를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에 안겼다. 시 주석이 이탈리아에 이어 프랑스까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끌어들이기 위해 통 큰 지원을 내놓은 것이다.

프랑스를 국빈방문 중인 시 주석은 마크롱 대통령과 25일(현지시간) 엘리제궁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원자력과 재생가능 에너지, 항공, 식품 산업 등에서 15건의 상업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시 주석은 프랑스 항공업체 에어버스 항공기 300대를 구매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은 지난해 프랑스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한 데 이어 냉동닭 수입도 추진키로 했다.

양국 합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중국의 프랑스산 항공기 대량 구매다. 중국 항공사들은 에어버스에서 A320 계열 290대, A350 10대를 구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1월 마크롱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당시 중국 항공사 13곳이 A320 계열 항공기 184대를 사기로 한 것보다 계약 규모가 대폭 커졌다. 에어버스의 A320 네오 모델은 대당 판매가격이 1억1060만 달러(약 1250억원), A350-900은 대당 3억1740달러(약 359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에어버스 항공기 구매 방침은 여객기 737 맥스 기종의 잇따른 추락사고로 최대 위기를 맞은 미국 보잉사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737 맥스 기종이 가장 많이 운행한 노선 중 하나다. 항공업계는 중국에서 향후 20년간 7400대의 항공기가 필요하며, 이는 전 세계 수요의 19%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산층의 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중국은 보잉사와 에어버스에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중국이 보잉사의 경쟁 상대인 에어버스의 항공기를 대량 구매하면서 역공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에어버스가 중국 톈진에 생산라인을 증설한 점도 보잉사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중국은 에티오피아 추락사고 이후 가장 먼저 737 맥스 기종의 운항을 중단하며 세계 각국의 보잉 여객기 운항금지 조치를 주도했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참여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중국과의 제3시장 공동투자 프로젝트에 협력하겠다며 “다음 달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포럼과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마크롱 대통령이 일대일로 협력 의사를 여러 번 밝혀 기쁘다”고 화답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 개선문에 도착한 시 주석과 그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가장 먼저 맞이했다. 이후 시 주석과 마크롱 대통령은 개선문 앞 제1차 세계대전 참전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조민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