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의 실무책임자로 지목된 임종헌(사진)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핵심 증거인 자신의 USB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재판 내내 적극적으로 ‘셀프 변론’했다. 증인 신문이 예정된 현직 법관들이 재판 업무를 이유로 증인 신문 일정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며 재판 진행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 심리로 26일 열린 임 전 차장의 3회 공판기일에서 USB 압수수색 과정이 적법했는지를 두고 검찰과 임 전 차장 간에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먼저 의견진술에 나선 임 전 차장은 프레젠테이션 화면까지 띄우고 검찰의 압수수색 절차가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검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영장을 사전에 제시하지 않았고, 영장을 제대로 읽어볼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영장에 기재된 압수 범위를 넘어선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까지 압수수색했기 때문에 이처럼 위법하게 수집된 USB가 증거로 쓰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검찰은 “법률전문가인 피고인도, 현장에 있던 변호인도 당시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공판단계에 와서 USB의 증거능력을 다투는 것은 심리를 지연시키고 증거능력 문제를 장기간 부당하게 쟁점화시키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또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기 전 영장을 제시했고 피고인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영장을 읽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검찰은 본격적인 공방에 앞서 증인 소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오는 28일에 시진국 통영지원 부장판사, 다음 달 2일과 4일엔 각각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다.
검찰은 “세 사람 중 정다주 판사만 출석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이 됐다”며 “나머지 두 사람은 재판 업무를 이유로 당일 출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이 한없이 지연되지 않도록 출석을 독려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신청한 전·현직 판사와 전 정권 인사 등 41명을 증인으로 추가 채택했다. 차한성 전 대법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정무수석, 윤병세 전 장관 등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