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한국댁 “애들은 숲이 키워요”

입력 2019-03-26 20:30
스페인 고산 마을에 사는 김산들(맨 왼쪽)씨 가족. 김씨네는 200년이 넘은 돌집을 직접 수리하고 텃밭에서 채소를 재배하는 자급자족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빗물을 받아 생활용수로 쓰고, 전기는 태양광 전지로 만들어 쓴다. 김산들씨 제공

스페인에 사는 ‘한국댁’ 김산들(44)씨는 아마 발렌시아 CF 소속으로 뛰고 있는 국가대표 축구선수 이강인(18) 다음으로 유명한 스페인 거주 한국인일 것이다. 여행지에서 만난 스페인 남편과 해발 1200m 고산 마을 비스타베야에서 세 딸을 키우며 사는 모습이 2017년 ‘인간극장’(KBS)을 통해 소개되면서 꽤 알려진 번역자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남편은 자연 해설사로 일한다.

신간 ‘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시공사)를 낸 김씨는 26일 국민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내가 사는 곳은 평야가 넓어서 밀밭과 보리밭이 많다. 날씨는 온화하고 하늘은 푸르다”며 “요즘 우리 아이들은 자전거를 끌고 밀밭으로 산책을 자주 나간다. 양 떼를 구경하고 양치기 아저씨에게 민담을 듣곤 한다”고 했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장면이다.

결혼 16년차인 김씨 부부에게는 산드라, 쌍둥이 누리아와 사라가 있다. 그는 “아이들이 숲에서 버섯을 먹는 쥐를 본 적이 있는데, 숲이 인간의 소유가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점을 깨닫더라”며 “스스로 환경을 오염시키는 플라스틱이나 비닐 사용을 자제한다. 어른의 말만 듣는 아이가 아니라 자연에서 배우고 지혜를 체득하는 모습에 우리 부부가 감동하곤 한다”고 했다.

지내면서 가장 불편한 점은 병원이 멀다는 것, 가장 부러운 점은 스페인 사회의 유대감이다. “학교에서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가르친다. 한국에선 ‘혼밥’이 유행이라는데 여기에선 가족 식사를 매우 중시하고, ‘수다의 왕’이라고 할 만큼 가족 간에도 소통을 많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 경험을 얘기했다. “20대 때 삶의 출구가 보이지 않아 무척 답답했는데 부모님이 내게 준 조언은 단 하나 ‘빨리 돈 벌어서 결혼해라’였다”고 아쉬워했다.

한국에도 김씨 가족 같은 이들이 많이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그는 “지역에도 도시처럼 다양한 일자리가 있다면 사람들이 얼마든지 시골로 가려고 할 것이다. 일시적인 경제 지원보다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이 시골에서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도 깨끗한 자연을 친구 삼아 교육받게 되고 얼마나 좋으냐”고 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