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사진) 신한은행장이 26일 취임 일성으로 “진정한 디지털 전환을 위해 직원 채용과 조직 시스템 등을 모두 뜯어고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 행장은 “정보기술(IT) 전공자를 채용해 영업점에서 고객과 만나게 하는 ‘돈키호테 식’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진 행장은 이날 서울 중구 본점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글로벌과 디지털에 대한 투자, 과감한 시도를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디지털 전환을 위해 IT 담당 직원의 사무실을 없애고 영업 현장에 배치하는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직원들을 이른바 ‘디지털 유목민’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IT 소양을 갖춘 직원들이 고객과 직접 접촉하며 수요·필요를 파악하면 고객 편의성이 상당 부분 개선될 것”이라며 “뚱딴지같은 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조직 변화를 위해 자극을 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글로벌 전략에 대해 “선진국과 신흥국을 ‘투 트랙’으로 나누고 그 안에서 초격차를 현실화할 수 있는 국가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 등 ‘기축통화 국가’, 경제성장 가능성이 높고 현지화에 성공한 베트남 등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진 행장은 “해외 진출 국가와 점포 수로 (글로벌 성과를) 따지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진 행장은 신한은행 안에서 손꼽히는 ‘일본통’이다. 은행원 생활 39년 가운데 18년을 일본에서 보냈다. 1997년 일본 오사카지점 대리로 일했고 2008년 오사카지점장을 지냈다. 2009년 신한은행의 일본 현지법인 SBJ 출범에도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한편 위성호 전임 행장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어쩌다 보니 운 좋게 은행장에 오르는 ‘가문의 영광’을 누렸다”며 소회를 전했다. 디지털 혁신 등 경영진에 대한 당부도 남겼다. 그는 “2년 전 돈 안 되는 디지털을 너무 강조한다는 불만이 있었지만 소신을 갖고 밀어붙였다. 긴 호흡으로 과감한 투자에 인색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