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복음화?… 목회자 먼저 살아야 신앙이 산다

입력 2019-03-28 00:03
이종승 창원 임마누엘교회 목사가 2010년 10월 경남 창원공원묘원에서 열린 경남선교120주년기념관 개관 감사예배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교회는 목사만큼 성장하고 성도들은 목사와 교회의 사역 규모만큼 성장한다. 교회가 살려면 담임목사의 신앙부터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영적 불모지인 경남을 복음화하려면 목회자가 먼저 살아야 한다. 지역 목회자들이 부담 없이 모여서 마음껏 기도하고 영적인 공급을 받고 성령충만해지도록 식사와 기도장소를 제공하자.’

그래서 1997년 3월 시작한 게 ‘영적 각성을 위한 목회자 기도회’(영목회)였다. 교파와 교단을 초월해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임마누엘교회 기도실에 모여 기도를 시작했다. 2시간 기도 후 교회에서 준비한 점심을 대접했다. 목회자들은 식사하며 자연스럽게 지역 부흥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그리고 이튿날 말씀으로 달궈진 심정으로 주일 강단에 섰다. 이 기도회는 22년째 진행되고 있는데, 매주 지역 목사님과 사모님 등 20~30여명이 모인다.

지역 목회자들을 한 번 대접하기도 어려운데 매 주토요일 대접할 수 있었던 것은 성도들의 헌신 덕분이었다. 성도들은 지역복음화를 돕고 목회자들을 응원한다며 자신들의 수고를 기쁜 마음으로 감당했다. 이렇게 계속 봉사를 하다 보니 주님께서 우리 교회에도 큰 복을 주셨다. 해마다 지역복음화의 선교센터가 되는 교회로 자리 잡아가게 하셨다.

내가 교회를 개척할 때만 해도 경남의 복음화율은 4%, 창원은 6%였다. 주변에선 다들 뜯어말렸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불신자가 96%나 되니 모두 전도대상자들이다. 오히려 마음껏 전도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그래서 개척 초기부터 경남의 존 낙스가 되겠다는 심정으로 ‘경남을 제게 주시옵소서’라고 간구했다. 물론 이 기도는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지역복음화도 교회개척처럼 전략이 필요했다. 1993년 성지순례를 하면서 유럽의 교회가 문을 닫고 관광객을 받아들이는 오래된 건물이 됐다는 것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어쩌다 교회가 이 모양이 됐단 말인가. 한국교회도 세상 향락과 부유에 빠지면 이렇게 될 수 있다.’

귀국 후 곧바로 강단에 자리를 펴고 한국교회의 앞날과 임마누엘교회의 미래를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몇만 불의 소득수준이 되고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뿌리가 깊지 못한 한국교회는 유럽교회처럼 되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이 컸다.

이 문제를 놓고 거의 1년 동안 강단에서 기도했다. 주님께 묻고 또 묻고 기도했다. 마침내 주님으로부터 받은 응답은 교회를 말씀과 성령이 충만한 초대교회로 돌아가게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선교도 최첨단의 문화로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주에 곧바로 공동의회를 열어 임마누엘선교회를 조직했다. 그리고 교회 수입의 60%를 사용하기로 했다. 단서 조항도 하나 넣었다. ‘이 결정은 주님 오실 때까지, 우리 교회가 이 땅에 존재하는 한 절대 변경하지 않는다.’

임마누엘선교회를 돕기 위해 장년은 매월 1만원 이상 헌금한다. 청년 이하는 매월 5000원 이상 헌금한다. 선교회는 저소득층 학생과 농어촌 미자립교회 목회자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명절과 연말, 성탄절이 되면 양로원과 경찰서 유치장 등에 위문품을 보냈다. 해외 선교사와 신학교를 돕고 국제기아대책, 군선교위원회 등과 함께 지역복음화를 위한 연합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교회가 적은 지역에 교회를 세우기 위해 개척자를 선발하고 매월 100만원씩 3년 동안 지원하고 성구와 종탑 등 교회운영에 필요한 비품을 장만해 줬다.

지역 복음화를 위한 활동도 시작했다. 결국은 장소와 후원금이 문제였다. 무슨 행사든지 넉넉하게 지원하고 협력했다. 연합회가 지역복음화를 위해 더 많은 행사를 하도록 제안하고 물심양면 도왔다. 지역 연합회 회장들이 임기를 마칠 때마다 ‘임마누엘교회처럼 연합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준다면 교계 연합활동을 얼마든지 하겠다’는 감사의 인사를 했다.

2006년 창원시기독교연합회장에 취임했다. 2009년 경남성시화운동본부를 창립하고 호주선교사묘원 조성, 경남선교120주년기념관 건립 사업을 추진했다. 2010년에는 매년 10월 첫 주일을 ‘경남선교 주일’로 제정했으며, 2011년 경남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을 맡아 법인을 설립했다. 지역 목회자들과 함께했던 수고를 주님께서 기쁘게 받아주신 것일까. 현재 경남의 복음화율은 9%, 창원의 복음화율은 16%에 이른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