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백 칼럼] 걱정되는 미세먼지 범국가기구

입력 2019-03-27 04:01

부처 간 입장 차나 정책 엇박자 개선하는 획기적인 기구로 확실히 자리매김해야 할 상황
내년 총선을 앞두고 광범위한 계층의 참여와 활동이 자칫 파행 야기할 수 있어 경계해야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미세먼지 개선을 위한 범국가기구가 곧 만들어질 모양이다. 지난달 15일 시행된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미세먼지 특별법)에 따라 국무총리 소속의 민관 합동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가 구성된 지 한 달도 채 안 된 시점에서 결정됐다. 국회 본회의에서 지난 13일 미세먼지 관련 8개 법안들이 처리돼 미세먼지 체증을 조금은 가라앉게 했다. 미세먼지 대책은 작년 이맘때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가장 괄목할 만한 게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이다. 규제를 즉시 풀어 일반인의 액화석유가스(LPG) 차량 구입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LPG차가 ‘친환경차’라는 이유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배출가스 분석을 보면 초미세먼지 유발물질인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1㎞ 주행 시 경유 1.06g, 휘발유 0.18g, LPG 0.14g이다. LPG 차량은 1982년 국내 처음 도입된 뒤 택시·렌터카·장애인·국가유공자용으로만 허용됐었다. 지난 37년간 연료 수급 불안정이나 정부 재정, 환경·산업정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일반인 판매를 결론내지 못했었다. LPG도 어차피 화석 연료라서 배출가스 문제가 있다. 휘발유나 경유보다 연비가 낮아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지목받는 이산화탄소 배출은 오히려 증가한다. 산업부에 따르면 1㎞ 주행 시 이산화탄소 배출은 경유 0.15㎏, 휘발유 0.19㎏, LPG 0.18㎏이다. 연비가 낮으면 연료를 자주 충전해야 해 충전소 확충 문제를 야기한다. 정부는 앞으로 유류세 세수(稅收), 자동차·에너지 산업정책, 온실가스 감축 계획 등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법 개정의 또 다른 이유는 국내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 경유차 감축 생각이 앞선 듯하다. 여타 선진국과 달리 국내 경유차는 증가 추세다. 이명박정부의 ‘클린디젤’ 정책 등에 힘입어 지난해 약 993만대로 2012년 700만대보다 약 42% 늘었다. 전체 승용차 중 경유차 비중도 같은 기간 36.4%에서 42.8%까지 커졌다. 경유차량을 LPG차량으로 교체하는 건 단기간에 마무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경유 화물차 약 335만대 가운데 영업용으로 유상운송을 하는 화물차는 46만대가량이다. 남은 약 290만대 가운데 상당 부분은 푸드트럭이나 과일·채소상같은 영세자영업자 차량이다. 2005년 이전 등록한 노후차량 교체나 미세먼지 저감장치 장착도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이를 새로운 LPG차량이나 LPG엔진으로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 교체기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고 LPG차량에 의한 미세먼지 저감효과는 체감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간 유류세 인하를 단행했다. 경기부진을 개선하기 위해 내수활성화와 영세자영업자의 영업비용 경감을 지원한다는 명목에서다. 이로 인해 차량용 경유 소비는 지난해 11월 195만kL(킬로리터·1000ℓ)로 사상 최대 사용량을 기록했고, 지난 1월 193만kL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8% 증가했다. 미세먼지 주범으로 꼽히는 경유 차량의 운행을 장려해 미세먼지를 증가시킨 셈이다. 국내 미세먼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제적인 파리기후협약에 의해 감축 의무가 있는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는 건 아무래도 근시안적이다. 우리나라는 가뜩이나 석탄연료를 많이 쓰는 것으로 비난 받고 있어 어떤 국제적 비난과 애로가 발생할지 예상하기 어렵다. 미세먼지 저감 관련 국제적 활동과 외교력을 반감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선 더욱 아이러니하다. 정부 정책의 즉흥성과 엇박자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세먼지 정책은 정부부처가 서로 다른 입장이고 복잡한 여건들을 갖고 있어 결론에 도달하기 어렵다. 이런 한계 지점에서 미세먼지 범국가기구 출범은 주목할 만하다. 미세먼지 특별법에 따른 민관 특별대책위보다 범위를 더 확대한 기구를 만들어 운영하자는 취지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위원장으로 내정됐고 정치·경제·사회·민간 부문을 아우르는 초정파적 기구다. 조직체계는 물론 정부부처의 권한이 어느 정도 위임이 될지, 실행이 제때 효율적으로 이뤄질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앞에서 지적했던 것들을 포함해 여러 조건들을 감안하면 반 전 총장의 활동이나 기구 운영은 결코 쉽지 않을 거란 예상이다. 특히 대통령 직속인 이 기구의 본격적인 활동 시기가 올가을부터 내년 봄까지일 거라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내년 4월 총선이 있다. 정부 입장에서야 예민한 미세먼지 대국민 정책을 진행해야 하는 부담과 책임에서 한걸음 비껴설 수 있다. 기구가 과연 미세먼지 과제들을 제대로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판단은 쉽지 않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모습처럼 되지 말아야 한다. 의사결정 구조에 여성·청년·비정규직 대표까지 참여를 확대했으나 그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해 결국 파행을 맞았다. 미세먼지 범국가기구가 총선용 기구 운영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김용백 논설위원 yb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