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 국어 작년보다 쉽게… 평가원 “킬러 문항 없을 것”

입력 2019-03-27 04:02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2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올해 수능 시행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EBS 연계 비율 등 시험 방식은 종전과 동일하다. 관건은 난도다. 이날 평가원은 적정 난도를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해 집중 추궁 당했다. 지난해 수능 국어 31번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킬러 문항’ 논란에 평가원장이 사과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은 수능이 고교 교육과정을 넘어섰다며 소송을 낸 상태다.

평가원 브리핑을 뜯어보면 지난해보다 국어를 쉽게 내겠다는 기조가 뚜렷하다. 권영락 평가원 수능본부장은 “작년은 예년의 출제 기조에서 벗어났다. 올해는 예년의 수준으로 돌리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50점이었다.

평가원이 말하는 ‘예년 수준’은 2017년 11월 치러진 2018학년도 수능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9월 모의평가와 수능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34점이었다. 당시 난도가 적당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130~140점 수준을 적정 수준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수능본부 관계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따라서 지난해 수능보다 표준점수 최고점을 10~20점 낮추는 것을 목표로 난도를 설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고난도 문항 수준도 다소 낮아질 전망이다. 권 본부장은 “(국어 31번의 경우) 제시문에서 제공된 정보의 양이 과도하게 많았고, 그 사고 과정이 좀 복잡한 것들을 결합시켰다. 정보의 양을 조절하겠다”고 말했다. 정보량을 줄이면 수험생 입장에선 독해하고 문제를 푸는 여유가 많아질 수 있다. 수험생들은 킬러 문항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일반 문항을 기계적으로 푸는 훈련을 하고 있다. 초고난도 문항에서 시간을 덜 빼앗기면 다른 문항에서도 정답률이 상승해 전체적으로 쉽게 느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입시 전문가들은 방심해선 곤란하다고 입을 모은다. 성기선 평가원장은 “난도 급락이 있으면 여러 가지 현장의 어려움도 있으니까 올해 두 차례 모의평가를 고려해 출제하겠다”며 섣부른 예측을 경계했다. 수험생 수준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지난해뿐 아니라 최근 국어가 어렵게 출제되면서 학원가에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언어영역 문제로 학생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6월과 9월 두 차례 모의평가에서 학생들의 수준이 높게 측정된다면 지난해 난도가 유지될 수도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특히 국어는 난도를 조절하기 어려운 과목이다. 어떤 종류의 지문이 채택되느냐에 따라 수험생마다 체감 난도가 달라진다. 수험생이라면 일단 지난해 수준으로 나온다고 생각하고 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