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입시부정 성균관대 교수… 그는 자기 딸을 망쳤다

입력 2019-03-27 04:02
교육부가 수사를 의뢰한 성균관대 교수는 갑질과 입시부정을 통해 딸을 대학에 보내고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시켰다. 딸이 고교생일 때는 교수의 대학원생들이 청소년학술대회 발표 자료를 대신 만들어줬고, 학부생일 때는 연구와 논문 작성을 대신 해줬다. 그 결과물을 토대로 대입 수시모집에 합격했으며 치과의사가 되기 위한 관문을 통과했다. 아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교수는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며 여러 가지를 망가뜨렸다. 우월적 지위로 범죄에 끌어들인 대학원생의 양심에 상처를 줬고, 가장 공정해야 할 입시를 농락했으며, 경쟁이 공정하리라 믿었을 많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박탈감을 안겼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망가진 건 그의 자녀일 것이다. 부모에게 부정과 불법과 갑질을 배운 자식이 건강한 인성을 가졌을 리 없다. 명문대 간판과 전문직 면허를 위해선 범죄를 저질러도 된다고 배웠으니 훨씬 더 소중한 삶의 가치를 알 턱이 없다. 지위와 권력은 휘두르는 거라고 알고 있을 터여서 그의 인간관계는 매우 불행할 게 틀림없다. 교수는 딸을 잠재적 범죄자, 일그러진 인성의 소유자로 키워 왔다. 그것이 모성이라 여겼을 텐데, 치명적인 착각이었다.

이 교수처럼 자식을 망치는 부모의 모습은 그리 놀랍지 않은 풍경이 돼버렸다. 쌍둥이 고교생 딸의 내신성적을 위해 시험문제를 빼돌린 숙명여고 교사가 그랬고, 논문에 중·고생 자녀의 이름을 끼워 넣어 스펙을 만들어준 많은 대학교수들이 있었으며, TV 드라마에 묘사된 부유층 학부모의 행태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정도면 집단적인 착각이다. 그렇게 만든 구조적 요인을 찾아야 한다. 부정과 불법을 통해서라도 특정한 간판과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은 갈수록 벌어지는 부의 양극화와 무관치 않다. 경제적 정의를 바로 세우는 지난한 과제의 중요성을 성균관대 교수는 우리에게 역설적으로 알려줬다. 그의 부정한 방법이 통했던 입시제도는 획일적인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보려는 한국 교육의 몸부림 같은 것이었다. 이렇게 허점이 드러났으니 옛날로 돌아가자는 식의 대응은 퇴행일 뿐이다. 공정성을 확보하면서 취지를 더욱 살리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